8월7일부터 80일간 열리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의 주행사장은 '비상하는 학'을 연상시킨다. 인천의 시조(市鳥)인 두루미(학)가 두 날개를 넓게 펴고 하늘을 날고 있는 형상을 닮았다. 발전하는 인천을 표현하듯 바다와 땅을 좌우의 날개로 삼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학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2009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회 측은 "하늘과 땅과 바다, 인천의 무한성을 주행사장에 담겠다"고 밝혔다.


# 미래를 밝힐 작은 도시

인천세계도시축전의 주행사장은 송도국제도시 3공구에 25만㎡ 규모로 조성된다. 축구장 35개가 들어서는 넓이다.

주행사장의 마스터플랜을 짠 연세대 김홍규 교수는 "행사기간 80일 동안 700만명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작은 도시'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주행사장은 크게 첨단존, 환경에너지존, 도시기업존, 문화존 등 4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 안에 주제영상관을 비롯해 로봇사이언스미래관, 하이테크 플라자, 세계 문화의 거리, 환경에너지관, 세계 도시관, 세계 기업관, 미추홀 분수, 노을광장, 비류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 비상하는 학

주행사장은 인천의 역사와 상징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거대한 '인천의 모형(模型)'이 된다. 통합과 융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성을 지향하는 '인천 정신'을 발현한다. 이에 따라 주행사장은 인천의 무한성과 개방성을 담는 공간이 되며, 이는 각 시설의 명칭에 반영된다.

우선 주출입구에서 비류공연장까지 400m로 길게 뻗어 마치 활주로를 닮은 길을 '하늘길'이라고 부른다. 하늘길과 교차하는 주 관람동선은 시간을 의미하는 해와 달의 길이라 하여 '해달길'이라고 정했다. 서로 교차하는 하늘길과 해달길은 비상하는 학을 닮아 인천의 성장 잠재력을 상징한다.

하늘길은 인천의 대표 아이콘이 된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를 연상케 하며, 해달길은 끝없이 발전하는 인천의 무한성을 상징하듯 수학기호인 '∞' 닮아 이를 반영해 이름을 지었다. 주행사장은 '역사의 길'인 해달길과 '비전의 길'인 하늘길이 교차하며 비상하는 학을 형상화하고 있다.

매일 각종 공연이 펼쳐져 관람객들의 흥을 돋우게 될 공연장의 명칭은 비류의 이름을 따 '비류공연장'이라 했고, 도시축전이 끝난 뒤에도 기념물로 남을 분수대는 '미추홀 분수'라고 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인천대교의 와인빛 노을을 감상할 포인트는 '노을광장'. 팔미등대 조형물이 설 야트막한 언덕은 '팔미언덕'이다.

세계로 향하는 인천의 비전을 담아, 도시와 기업이 참여해 전시공간을 꾸미는 파빌리온은 '세계도시관'과 '세계기업관'이라 정했다. 놀이시설인 테마파크는 '아름별이 놀이파크'로, 첨단존 내 유비쿼터스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거리는 '하이테크 플라자'로 부르게 된다.


# 인천을 담는다

비류백제에서 출발,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에서 인천은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바깥나라와 통(通)하는 창구역할을 했다. 외세(外勢)에 의한 강제적인 개항이었지만 인천은 이를 통해 서양문물이 처음 도입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문물이 많이 쏟아져 들어왔고, 인천은 이를 받아들였다. 단순히 수용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개를 더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인천에서 탄생한 근대 문물은 그 어느 지역보다 많다. 국민 음식인 자장면이 그렇고 전화와 전보, 우체국, 철도는 물론이고, 야구와 축구 또한 인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서구식 공원과 호텔이 제일 먼저 들어섰고, 외국인 무역회사도 인천에서 터를 닦았다. 교회사와 교육사, 금융사에서도 인천을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100년 만에 일반인에 개방된 팔미도 등대 역시 우리나라에서 처음 불을 밝힌 곳이다. 사이다와 커피도 인천에서 처음 만들거나 판매됐다. 이를 반영, 도시축전 주행사장 곳곳에는 인천의 최초 조형물이 설치된다.

황준호 총연출은 "인천은 대한민국 '최초'와 '처음'이 가장 많은 도시"라며 "최초 조형물은 인천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인천의 포용력과 개방성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 참여 공간

하늘길에는 인천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인천 시민의 벽'(또는 시민의 탑)이 설치된다.

이 설치물은 도시를 주제로 한 사진이나 그림, 글씨 등을 시민 공모로 접수해 제작할 예정이다. 시민의 벽은 인천 시민이 바라는 '인천의 미래'가 담긴 메시지가 될 것이다.

또한 각종 시설물은 재미와 신선함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적으로 조성된다. 소재 역시 재활용품이나 친환경소재를 적극 사용하게 된다. 생활 속의 잡동사니나 망가진 기계 부품 따위를 이용한 '정크아트' 작품이 전시된다. 도시축전이 더운 8월 개막하게 됨에 따라, 각종 시설물도 관람객들이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디자인할 계획이다.


■ 인터뷰 / 황준호 도시축전 총연출
"세계를 향해 열린 문 글로벌 도약의 시·공간
꾸밀터"

"도시축전은 희망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세계도시축전 황준호 총연출은 "경기침체로 불안감이 팽배한 어려운 시기에 사람을 살리는 것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며 "도시축전이 희망을 던지고 인천이 그것을 리드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고 말했다.

-주행사장 연출의 기본 콘셉트는.

"주행사장은 '인천 정신'의 거대한 모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상(飛上)의 시간, 비상(非常)의 공간으로 연출할 계획입니다. 주행사장은 도시축전의 주제인 '내일을 밝히다(Lightening Tomorrow)'를 표현하기 위해 '도시'와 '인천'을 두 축으로 해서 꾸미게 됩니다. 도시는 '만져지는 미래'라 할 수 있고, 인천은 '오래된 미래'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는 주제영상인 '시티 파라디소'와 첨단기술관 등으로, 인천은 멀티미디어쇼와 개막공연 '위대한 여행' 등으로 표현될 것입니다."

-'인천정신'을 담겠다고 하는데, '인천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인천은 아주 오래전부터 '허브'(Hub)였습니다. 지리적 여건으로 인천은 단군시대부터 서해를 향한 문이었고 앞으로도 세계를 향한 문이 될 것입니다.

문화 수용의 개방성과 세계성을 지향하는 바가 바로 '인천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서구의 식재료가 혼합된 인천에서 탄생한 국민 음식 '자장면'이 바로 이러한 인천 정신이 잘 반영된 아이콘입니다.

인천(사람)은 수용력이 큽니다. 이미 다문화 사회를 경험해온 인천은 '글로벌 시티'로서 그 코드에 맞습니다. 동북아의 허브를 지향하는 인천을 '오래된 미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공간적 개념에서 주행사장을 하늘과 땅, 바다로 구분한다고 하는데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늘길을 중심으로 방위상 북쪽인 오른편을 땅, 남쪽인 왼편을 바다의 영역으로 나눴습니다.

하늘과 땅과 바다를 모두 갖춘 도시는 국내에서 인천이 유일합니다. 다른 도시에 공항이 없고, 항만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국제적인 기능을 실질적으로 갖춘 항만과 공항이 있는 곳은 인천이 유일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이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