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현 정부가 취임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었다. 지나간 1년보다 더 중요한 4년이 남았기에 새 정부의 취임 1년 성적은 너무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 정권의 치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잘한 일도 있고 못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단순히 경제만 갖고 평가할 수도 없다. 경제성장을 이뤘다 해도 만약 돈을 마구 풀어 인플레이션 위협을 가중시켰다면 그것은 잘한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 위협 없이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해도 만일 주변 국가들이 다 그보다 더 많은 성장을 이뤘다면 역시 별로 잘한 것이 못 된다. 그렇다면 객관적 평가 기준이란 무엇일까? 과연 그런 것이 있는 것일까?

결국 한 정부의 업적은 임기 동안 그 나라의 총체적 합이 얼마나 좋아졌는가를 갖고 평가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얼마나 발전시켰으며, 사회적으로는 얼마나 안정됐고, 경제적으로는 얼마나 성장했느냐 하는 것의 총합이 바로 그 정권의 업적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발전의 총합,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그 나라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잴 수 있는가. 우리끼리 그것을 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각종 정파의 이해관계에 얽혀 사실 누구의 말도 신뢰하기가 힘들다. 결국 외국 전문가의 평가를 얻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외국 전문가의 평가가 있는가. 있다. 그것도 매년 말이면 정확히 나오는 평가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그 해에 그 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의 합이다.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은 수많은 나라를 후보로 두고 투자 결정을 한다. 그들은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에 투자한다. 그 나라가 좋아질수록 투자 액수도 늘어난다. 그들은 한마디로 한 나라의 발전가능성을 평가하는데 도사들이다. 엄청난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이들은 나라를 정하는 데 있어 엄청난 공부와 연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경제를 중요하게 보지만 그것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총합을 평가한다. 아무리 시장이 넓어도 정치가 불안하면 안 된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안정돼도 경제 인프라가 좋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시장과 정치적 안정이 있어도 정부의 정책이 좋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외국인 투자가 매년 늘고 있다면 그것은 그 나라의 총합이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즉, 한 나라의 외국인 투자 추이는 그 나라라는 주식의 가격이고 동시에 그 나라 정부 업적의 가장 객관적인 성적표다.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현 정부의 성적표는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는 2004년 127억달러에서 2005년 115억달러, 2006년 112억달러, 2007년에는 105억달러로 주저앉았다가 2008년 117억1천만달러를 유치하여 전년 대비 17%의 성장을 이뤘다. 2006년도 5.2% 하락, 2007년도 14.7% 하락한 것에 비해 고무적인 수준의 성장이다. 4년 만의 증가세 회복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매력을 지구공동체에서 다시 상승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지금 사실상 1년 내내 미스유니버스대회를 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서로 더 많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되려고 야단이다. 왜냐하면 수출을 100억달러 해봐야 남는 돈은 1억달러가 될까 말까 하는 것이 대부분 나라의 현실이다. 외국인 투자가 1억달러 들어오면 그것은 수출을 100억달러 한 것만큼 실속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난해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올 1~2월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지식경제부는 국내 외국인투자유치 기관을 대상으로 '외국인투자유치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한다. 유치 기관별로 올해 외국인투자유치 현황과 계획, 애로사항과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긴밀한 자세로 논의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이제 한 정권에 대한 평점을 내리는 기준 하나는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하겠다. 과거 정권의 평가도 이 기준으로 해야 하고 앞으로의 정권도 이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