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은 저마다의 이름이 없다

기껏해야 호박이라는 동네 이름 정도다

사람으로 치면 성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중략> 사람들의 생각이다

아직 호박꽃에게 물어보지는 못했다

아직 벌들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신도 우리에게 아마 이럴 것이다

-호박꽃나라 /장종권

우리가 사는 것은 신의 은총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지 어떤 지는 모를 일이겠다. 호박꽃이 오늘 흐드러지게 피는 이유도 신의 은총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지 어떤 지는 모를 일이겠다. 그 신에게 호박꽃과 사람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편리한 생각이기도 하고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호박을 생각하는 것은 신이 우리(사람)를 생각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시인은 추론하고 있다. 설명과 부연, 추론 등 비문학적인 방식으로 시를 만들어내는 시인의 솜씨는 독특하다. 이 독특함이 훌륭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지는 모를 일이겠다. 무릇 시인이란 누구나, 저마다의 발성법이 있는 법이니까.

/박병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