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사진)가 고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사실상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봉주는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잠실 종합운동장 간 42.195㎞ 코스로 열린 200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0회 동아마라톤대회 남자부 엘리트 경기에서 2시간16분46초로 결승선을 통과, 개인 생애 40번째로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도 반납한 이봉주는 올 가을 은퇴 경기를 치를 계획이지만 완주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풀타임 출전 대회로 남게 됐다.

1970년 10월생인 이봉주는 우리 나이로 불혹에 이르는 올해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토너로 살아왔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2시간12분39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의 첫 전성기를 알린 이봉주는 1999년 이른바 '코오롱 사태'로 팀을 떠나고 한동안 방황했다. 삼성전자 육상단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봉주는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로 한국기록을 세우며 부활을 알렸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2001년 4월17일 제105회 보스턴마라톤대회. 서윤복, 함기용 옹의 발자취를 더듬어 반세기 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귀국 직후 카퍼레이드를 펼치며 올림픽 우승자 못지않은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후 이봉주는 한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 지난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우승, 재기에 성공했다. 이봉주는 이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뒤 "아쉬움도 많았지만 마음은 후련하고 홀가분하다"며 "그동안 국민의 많은 관심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해 주셨다. 앞으로는 후배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