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쾅!' 두 동강 난 한반도. 대한민국의 최북단 연천군. 경기 북부지역 군 유휴지 및 사격장 실태조사에 나선 한나라당 김영우(연천·포천) 의원과 경인일보 특별취재팀 등 공동조사단이 연천군 백학면사무소에 도착한 시간은 18일 오전 10시께. 벌써부터 소총이 내뿜는 총소리가 연천 일대를 에워싸고 있는 산등성이에 울려퍼졌다.

30여명에 이르는 공동조사단은 이날부터 2박 3일간 연천군 일대 초소와 사격장, 훈련장 등 무계획적으로 설치된 군 시설물과 유휴지를 찾아 규제개혁을 통한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현장답사에 나섰다. 이른 시간임에도 국토를 지키기 위해 부대별로 부산하게 움직이는 군용트럭들로 군사지역임을 금세 알 수 있는 분위기였다.

연천군 백학면에서 왕징면까지 이동하기 위해 올라탄 버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시골 정취라기보다는 군 사격장, 혹은 군 훈련장의 한가운데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사격장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는 농촌 들판을 뒤흔들었다. 귀청이 떨어질듯한 큰 소음이었지만 인근 주민들은 물론 길에 나온 개들마저 총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픽 참조>

조사단이 백학면, 왕징면 최전방에 설치돼 있는 초소 몇 곳을 돌아본 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곳은 군남면에 위치한 왕림리 소총사격장.

왕복 2차로 도로를 두고 떨어져 있는 사격장과 마을까지의 거리는 채 70~80m가 되지 않았다. 사격장에서는 2개 소대가량의 병력이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사로에 일렬로 늘어선 8명이 육군 보병 기본화기인 K-2소총을 쏠 때마다 8번의 총소리와 진동이 한데 뒤섞여 맞은편 마을 노인정 창문을 때렸다.

왕림리 사격장 뿐만이 아니었다. 이동 중 곳곳에 보이는 60㎜박격포 사격훈련장, 산 한 쪽을 깎아낸 전차사격장 등의 모습이 5㎞를 가기도 전에 하나 둘씩 나타났다.

도신리 헬기비행장을 둘러싸고 있는 상승사격장과 멸공사격장에서도 끊임없이 총소리가 터져나왔다. 왕림리 사격장 등 사격장을 방문하기 전 돌아본 연천 일대에는 적 전차의 진로를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전차방호벽과 용치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샛길 양편으로 들어서 있는 몇몇 대전차방호벽은 샛길 옆으로 큰 길이 뚫려 있어 전략적 가치가 떨어짐에도 불구,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차의 진로를 방해하기 위해 설치돼 있는 둘레 3m, 높이 1.5m의 콘크리트 용치 역시 길 양편으로 늘어서 있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길 양편으로 높이 솟은 산의 능선마다, 사유지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설치돼 있는 초소나 벙커 등도 흉물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군이 무단으로 개인 사유지를 점거한 땅만도 연천·포천 두 지역에 190만㎡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은 국가안보라는 현실에 눌려 수십년째 경제적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축산업을 하는 왕림리 한 주민은 "반복되는 총성으로 젖소가 수태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유산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특히 여름철 야간사격 기간엔 잠을 설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국방부 관계자에게 "당신들은 이런 데 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느냐"고 항의했다.

오후 6시께, 김영우 의원은 첫날 조사를 마치면서 "이번 군 유휴지 및 현지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을 보장하는 국방 뉴딜정책을 꼭 실현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