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권의 말살이냐, 지역경제부흥의 원동력이냐'.

이천시 마장면과 호법면 일대에 조성을 추진중인 한국패션물류단지 유치와 관련, 현재 이천지역에서는 찬성과 반대로 양분돼 점차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입지 예정 해당주민과 일부 기업인단체의 유치 찬성속에서도 기존 상인연합회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각 시민 및 사회단체, 건립예정지 주민 등 상당수가 유치 찬성인데반해 상인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체측에서는 '고용창출 등을 통한 지역발전의 보탬'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상인회는 지역상권 말살과 물류단지 개발업체의 자금조달 등에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상인회 새로운 주장과 반발

상인회의 반발과 의혹제기는 군부대 유치를 대가로 얻어낸 사전밀약 및 업체 특혜, 그리고 허가취득 후 실리만 챙기고 떠날 업체 등이란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여기에 토지매입 과정에서의 대출 등에 따른 업체의 진실성도 문제삼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패션물류단지 건립을 추진중인 한국패션유통물류(주)가 토지보상단계부터 은행 돈을 빌려 사업을 추진하는 등 투자유치라기 보다는 이천시 땅을 담보로 빚을 진 꼴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문제 연장선에서 '패션물류단지 추진업자는 이천을 발전시킬 구세주가 아닌 빚덩이'라며 토지매입에 들어간 대출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유치반대를 강하게 외치고 있다.

#업체 논리

업체측인 한국패션유통물류(주)는 "중견 우량패션업체 23개 회사가 지분을 나눠 출자한 회사로 180억원의 자본금을 갖고 출발해 지난 2007년 매출액 약 2조6천억원에 순이익만 2천300억원이 넘는 회사를 빚쟁이업체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상인연합회의 의문제기를 일축했다. 특히 대출과 관련, "전체 8천억원의 사업을 단계별로 투자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손에 쥐고 대규모 사업을 벌인다는 개념은 사업 기본 마인드를 충분히 이해치 못한 결과에서 비롯된 주장"이라며 상인회 주장을 반박했다. 그리고는 "연합회 주장에 대해 건전한 반대운동은 수용 가능하나 사실과 다른 내용의 언급은 주주사에 대한 명예훼손 내용이라며 법적대응 등으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 표명은 가급적 상인회 등의 언급을 자제해오던 업체측이 적극 대응으로 바뀐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 반응

마장면의 군부대 유치 대가로 허가를 득했다는 이유로 특혜를 제기했던 상인회의 주장은 점차 퇴색되고 있는 분위기다. 당초 군부대 유치를 반대하던 시가 유치찬성으로 돌아선 시점이 일치한데 따른 의혹에서 비롯된 것으로 예상되나 판단의 근거가 없고, 당시 밀약을 할만한 시간적 여유와 강경한 시의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위기속에서 수면속에서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 감지돼 이에따른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이천·여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이장단협의회, 기독교연합회 등은 물론 일부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유치찬성에 무게를 둘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중립 입장을 밝힌 주민 윤모(36·증포동)씨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주민(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곤란할 것"이라며 "그러나 상인들의 입장을 감안, 유치 이후 재래시장 등 기존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방법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시는 패션물류단지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용역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용역결과는 패션물류단지 유치에 따른 지역민심의 향배를 가름할 키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인터뷰 /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

문화관광·지리적 위치 최고… 지자체 경쟁력 제고 큰도움

이천 패션물류단지 유치 문제가 이천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패션디자인 단지 조성 계획에 '지역상권 아사'를 우려하는 이천상인연합회의 반발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업체측은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업체의 입장을 원대연(63) 한국패션협회 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원 회장은 일부 지역상인들의 반발을 사는 현 상황을 빗대 '답답한 현실'이라고 짧게 말문을 열었다.

원 회장은 "규모있는 사업을 하려면 항시 어려움이 뒤따르는 법이며 이를 이해 당사자 간에 풀어내야할 과제로 생각한다"며 지역상인들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했다. "다만 지금의 갈등은 분명 세월이 해결해줄 것"이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한때 군부대 유치에 따른 지역적 갈등으로 위치를 옮겨볼까도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천이 주는 문화관광적 콘셉트와 지리적 위치 등을 생각해 더 이상의 적임지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애착을 갖는 것입니다."

그는 도자기 디자인과 쌀, 지역축제 등이 주는 문화관광적 잠재 요소와 패션산업과의 상생적 이미지에 부합된 발전 가능성 등을 이천에 대한 집착 이유로 들었다.

군부대 유치와 관련됐다는 상인연합회의 주장과 관련해선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그럴만한 힘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너무 답답하다"고 부인했다. 그리고는 "오히려 시로부터 조성에 필요한 행정지원 등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 서운한 이 때에 시의 특혜라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패션물류의 입지가 곧 패션정보의 시대적 흐름을 선점하는 것으로, 지자체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될 텐데…"라며 아쉬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패션단지를 창고시설로 보는 일각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도 "초현대적 시설에서 나아가 패션학교 설립 등 윈윈적 산업으로 거듭 날 무궁무진한 산업 인프라 시설을 대형 화재참사로 이미지가 나빠진 지역 창고시설에 비유하는 점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원 회장은 "지금 당장은 패션물류단지에 불과할지 모르나 향후 제2, 제3의 패션단지를 세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 경우 지역의 상징적 이미지를 살려 패션전문학교의 설립 등을 통해 지역발전에 일조하고픈 진정성을 주민들에게 알려줄 것"을 인터뷰 말미에 당부했다.

■ 이천 패션물류단지 ?

한국패션물류가 추진중인 패션물류단지는 호법면과 마장면 일대 약 79만8천㎡ 규모. 이 가운데 공공시설로 잡힌 약 33만㎡는 공원 및 녹지, 도로 등으로 시에 기부채납될 예정이다. 물류시설과 지원시설은 각기 약 21만㎡규모로 잡혔다. 물류시설에는 물류창고 40개, 지원시설에는 해외명품 아웃렛, 디자이너 부티크 타운, 키즈 파라다이스 등 상업시설과 패션박물관, 갤러리타운, 패션 기업과 지자체 홍보관, 어린이 교육 및 직업체험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올해 착공해 오는 2012년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