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포천시 신북면 계류1리 왕호훈련장 주변에 산업폐기물 등이 쌓여 있고 훈련장 진입로는 포장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차량에서 날리는 흙먼지로 인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50여년간 마치 '철옹성'처럼 굳건했던 경기북부지역의 군사지도가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국방뉴딜'판으로 탈바꿈되기 위한 기지개를 서서히 펴고 있다.

국방부 및 육군본부 관계자는 "훈련장·사격장을 권역화해 통합할 훈련장 등은 통합하고, 군 유휴지를 매각 처리해 재원을 조달하는 등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경인일보와 한나라당 김영우(연천·포천) 의원이 공동으로 기획, 지난 18~20일까지 2박3일간 진행한 '접경지역 군사규제 완화' 현지조사 마지막 날(20일)에 드디어 국방부가 '안보만을 위한' 군사시설을 지역민과 지역 경제를 위한 시각으로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군사규제 완화 문제. 하지만 경인일보 특별취재팀과 김 의원, 국방부·육군본부·지자체 관계자 등이 현지조사를 하는 동안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해상을 피부로 접한 국방부나 지자체 관계자들의 입장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 '소통'이 중요하다=사격장·훈련장 등 군 시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접경지역 주민들. 2박3일간 조사팀이 만나 본 민원인들의 요구사항은 국방부·합동참모본부·지자체 수준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도 있었지만 주둔 부대의 연대장·사단장의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원도 다수 있었다.

특히 군부대 내에 늘어서 있는 잣나무의 가지치기를 해 일조량을 확보해 달라는 민원이 현장에서 해결되는 모습은 민·관·군간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다.

조사단이 20일 방문한 포천시 일동면 수입2리 주민들은 마을 뒷산에 퍼져있는 군 훈련장을 한 곳으로 통합해 달라고 군부대측에 요청했다.

자리에 참석한 김광영 8사단장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긍정 검토하겠지만 이 문제는 사단장 재량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김 의원과 지자체가 함께 나서 주길 바란다"고 답했으며, 육군본부측 관계자도 "훈련장·사격장을 권역화해 통합할 훈련장 등은 통합하고, 군 유휴지를 매각 처리해 재원을 조달하는 등 국방부도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히자 마을 주민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왕호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마찬가지였다.

훈련장 입구 주변에 산업폐기물 등이 군데군데 쌓여있고, 포장이 안돼있는 훈련장 진입로는 궤도차량이 뱉어낸 진흙으로 뒤덮여있는 등 도로 확장과 세륜장 설치가 절실하다는 민원이었지만 군측이 현재 2014년으로 예정돼 있는 세륜장 완공 시기를 2011년까지 앞당기고 예산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분위기는 금세 환해졌다.

■ '공'은 국방부로=접경지역의 불합리한 규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지는 이제 국방부와 여당에게 달려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국방규제개혁 당정협의 1차회의를 갖고, 불합리한 군사규제 완화를 위한 대안 모색에 돌입했다. 1차 회의에 참석한 김 의원은 "연천 방문 당시 접했던 민원을 참석자들에게 전하고, 당정협의회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며 "대다수가 이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제는 법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민원이 있는 지역에 부대별로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와 별도로 민관군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키로 하는 등 군사규제 완화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육본 관계자는 "국방부는 연간 500억원을 들여 2012년까지 군이 사용하고 있는 사유지를 매입하고, 민원이 들어오는 지역에 세륜장·방음벽 등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도심 사격장의 경우 작년까지 소음기 300여개를 보급했으며, 올해에도 500여개를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