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그 해결점도 도출되리라 기대되지만 우리 국민의 정서에 깊이 뿌리박은 명문학교 선호사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문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 학생선발권을 갖지 못하고, 국가시험인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이라는 단 한 번의 평가결과를 가지고 대학을 한 줄로 세워 학생을 선발해 왔다. 이러한 선발 방법으로 인해 흔히 우리나라 대학을 "학교의 특성이 없는 백화점식 대학"이라고 말한다. 며칠전 한 취업준비생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만점 가까운 토익점수에 4.0 이상의 학점이지만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서류를 수십 번 내었으나 면접 기회조차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신학교를 서울의 모대학 졸업이라고 이력서를 내었더니 면접 통보가 왔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기업의 철학이나 자존심도 없다. 기업은 이익을 목표로 경쟁사회에 다양한 아이디어나 전략을 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전문성을 지닌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또 입학사정관이라는 새로운 학생선발 방법을 제시하면서 어떻게 학생들을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성과 타당성 있는 잣대를 만들어 측정할지 걱정스러움도 없지 않다. 미국의 대입전형제도의 특징은 표준화된 평가와 다양한 전형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평가하는 인간의 판단에 기초한 평가로서 개방적이며, 호주의 경우는 HSC과정 성취도 평가를 통해 객관성을 강조하며, 농어촌과 개인의 조건을 배려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대입전형제도가 과연 적용가능한가라는 의문이다. 물론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교육은 교육적 환경, 문화, 그리고 국민적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라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 대학 입시에서의 고교 등급제 활용 여부 논란으로 시끄럽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온통 대학입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도 명문대학에 입학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사실 우수하지 않은 학생을 우수한 졸업생으로 만들어내는 학교가 좋은 학교가 아닌가. 대학이 우수한 학생만을 유치하여 교육하겠다는 것은 교육의 수월성을 포기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졸업생을 또 우수한 인재로 선발하고 있는 기업들의 역발상의 인사정책도 용기있는 일이 아닌가. 교육정책은 한 사람의 정치가나 교육행정가로서 개혁될 수 없다. 리더가 교육의 새로운 방향은 제시할 수 있으나 우리 국민의 의식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국민의 교육의식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방식부터 바꿔보는 것이 대입전형의 새로운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