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주 (경기도시공사 책임연구원)
과거 수도권 교통체계는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없이 택지개발에 대한 자동차 중심의 도로인프라 공급방식으로 정비됐다. 최소의 교통투자로 단기간 내에 최대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도로와 철도의 시설불균형은 심각한 교통문제를 야기했다. 도로는 공급을 초과하는 자동차 급증으로, 철도는 예산부족으로 인한 네트워크화 실패로 수도권 전체의 교통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중심의 설계로 인해 도로는 버스전용차로, 자전거도로 등의 탄력적 운영이 불가능했다.

이는 신도시 광역교통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버스와 철도는 노선 굴곡 및 많은 수의 정거장 통과로 인해 대중교통의 기능이 떨어지고, 정시성이 보장되는 철도는 심지어 꽉 막힌 도로의 자동차보다 느린 것이다. 도심 접근시 철도 통행시간이 자동차보다 최소 1.5배는 더 소요되는 분당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제 더 이상 자동차중심의 교통패러다임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 발전, 녹색성장 등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범세계적인 위기의식으로 화석에너지 절감이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된 지금 녹색교통체계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중심의 교통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규모의 경제효과로 수송효율이 뛰어나며, 저탄소 녹색수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대비 비교열위에 있는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버스노선의 확대 개편, 기존 저속철도와 차별화된 광역급행철도 도입을 통한 체계적인 철도망의 구축이 하루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보행, 자전거 등 무동력 교통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보행은 모든 통행의 시작과 끝인 가장 기본적인 교통으로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을 통해 대중교통 활성화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활성화 및 복지증진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이를 뒷받침할 효율적인 연계교통체계이다. 대다수 통행이 환승이 필요한 둘 이상의 교통으로 이루어지므로 환승시간 단축을 통한 대중교통서비스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서는 보행, 자전거, 자동차, 버스, 철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이상의 녹색교통체계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주체이다. 대규모 투자재원이 소요되는 교통SOC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밀어붙이기식, 아전인수식 사업화를 방지하고, 단절 없는 이용자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신력 있는 중장기 수도권 종합교통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교통은 경제, 문화 등 모든 사회활동을 지탱하는 도시의 동맥과 정맥이다. 도시공간구조와 통행패턴을 고려한 녹색교통체계와 교통서비스의 단절이 없는 광역교통체계가 형성되어 있을 때 쾌적한 삶과 활발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며, 바로 그 때 도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광역급행철도, 자전거도로, 보행자도로 등 새로운 교통체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람 중심의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맞춤형 녹색교통체계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적극적 추진과 지방정부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국가지속발전을 위한 중장기 녹색교통 마스터플랜이 하루속히 수립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