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멈출 수 없다면, 환경영향평가는 생태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지침서로서 오차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경인운하는 경기도지역 생태환경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높은 염도로 인해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 등 한강하구에서는 바다에서 서식하는 황석어·고대·물메기·삼식이 등이 잡히고 있다. 이 지역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조류 1급인 저어새와 흰꼬리수리, 2급인 재두루미 등 조류 20여종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로 개발 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의 광범위한 피해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경인운하 개통 후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신곡양수장의 염분 농도가 갈수기에 최대 0.88㎰를 나타내 농업용수의 최저 염도인 0.48㎰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물은 김포평야와 부천, 인천시 서구·계양구·부평구, 서울시 강서구에 펼쳐진 8천372㏊(여의도 면적의 25배) 광대한 농경지의 전용 농업용수다. 염분을 낮추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일대 벼가 타 죽고 농지가 황폐화되는 피해를 보게 된다. 수자원공사가 숨기려 했던 환경영향평가서 자료로, 재앙수준이라는 표현이 맞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경인운하 사업 검토안'에도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돼 있다. 혹 치적이 될까 해서, 윗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꼭 운하가 필요하다면 제시된 문제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미산골프장은 골프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골프장이 많은 경기지역에, 그것도 생태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조성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시작부터 잘못된 행위로 철저한 대책과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다. 생태환경은 연계성을 갖고 있다. 산허리를 잘라내면 동물 등의 이동을 어렵게 해 죽거나 먹이사슬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지하수의 활동이 막히면 오염과 고갈로 생활수는 물론 생명의 원천인 습지를 망가뜨리게 된다. 골프장 건설은 이러한 문제점을 야기한 대표적 사례로 지탄의 대상이 돼 왔지만, 그 동안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믿음을 주지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김문수 도지사가 미산골프장의 행정오류에 대해 사과하고 정책적·제도적 보완책 마련 방침을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경기도와 시민대책위 간 다툼이 여의도로 번질 조짐이다. 정치권에서는 호재임에 틀림없지만 생태환경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필요한 사안이다. 또한 법규정을 생태환경에 맞춰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 이마저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면 우리의 국토는 생기를 잃게 되고, 그 피해가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은 자명하다.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도를 넘으면 환경파괴는 필연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히 이로 인해 인간과 자연의 평형 또한 파괴돼 기상 이상현상을 동반, 엄청난 재난을 몰고 오게 된다. 쓰나미·폭풍·폭우·폭설 등이 세를 더하거나 그 동안 보이지 않던 이상 조짐이 지구 곳곳에 나타나는 것은 자연생태환경이 광범하게 파괴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산업화 이후 어느 정도의 오염원 발생은 감수해야 하는 시대에 산다는 것만으로 생태환경을 교란시키는 행위마저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며,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자에 대한 책임 또한 엄중히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