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탈북해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한모(30·여)씨는 최근 정신분열증 증세로 국립 서울병원에 입원했다.

한씨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4월께부터. 한밤중 자신의 신변보호를 책임지는 담당 경찰에게 수십통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북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것은 물론 형사를 직접 찾아와 울며불며 온몸이 아프니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고 떼를 썼다.

매일 반복되는 이 같은 한씨의 행동에 당황한 경찰은 정신감정을 의뢰했고 결국 정신분열증이란 판명을 받았다.

값비싼 정신과 진료비 때문에 이곳저곳을 알아본 후에야 결국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 입원한 그는 남한에 보호자가 없어 경찰이 대리인으로 서명한 후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탈북 과정에서 겪은 공포와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얻은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발병 이유였다. 같은 곳에 정착해 사는 김모(35·여)씨의 경우는 산후우울증으로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 밥을 달라고 보채는 아이의 입을 베개로 막기까지 한 그도 우여곡절 끝에 담당 경찰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을 찾았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아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40여명의 북한이탈주민이 모여 사는 삼산동에서만 15~20명이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그리스도대학교 남북통합지원센터도 인천지역 북한이탈주민 155명을 골라 조사한 결과, 이 중 26명(17%)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탈출과 남한사회 적응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의료 지원은 체계적이지 않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처음으로 거치는 하나원의 질병 검사 항목에는 정신과 진료가 빠져 있다. 결핵이나 간염같은 외적인 질병에 대해서만 검사해 그 결과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형식이다.

특히 정신과 진료의 경우 한 달 입원비만 200여만원이 넘어 대부분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는 병원 문턱이 높다.

보건소 또한 정신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신질환까지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안되는 실정이다. 결국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의 병명이 뭔지도 모른 채 혼자 고통받고 있거나 접촉이 잦은 신변보호 경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