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민석 (국회의원 (민주·오산))
최근 김문수 도지사의 서민 체험 행보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택시기사 체험을 통해 관심을 끌더니, 지난 주에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생선장사 체험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일 년 뒤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의심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바다를 항해하려는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특별히 초선의원 시절 택시기사 면허증을 취득한 후, 틈나는 대로 핸들을 잡은 경력 5년차 선배 기사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도지사에 이어 국회의원, 시장을 비롯해 도의원, 시의원 심지어 정치 지망생들까지 앞다투어 택시를 몰면서 서민정치를 실천하는 아름다운 경쟁을 기대해 본다.

안 기사의 5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정치인의 택시기사 체험은 육체적으로 고된 만큼이나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 우선 택시기사들 뿐만 아니라, 서민들과 자연스럽게 만남으로써 그들의 애로와 진솔한 민심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지역구의 구석구석을 직접 돌아보며 서민을 위한 정치를 온몸으로 실천할 수 있다. 김문수 지사의 택시기사 체험이 도민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서민들의 삶을 상징하는 택시를 모는 지사의 모습에서 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지사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김 지사가 아닌 김 기사의 택시 체험이 성공하길 기대한다. 선배 기사의 경험에 비추어 김 기사의 택시 체험이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고 진정성을 인정받기 바란다. 이런 심정에서 안 기사가 감히 세 가지 충고를 드린다.

첫째, 언론에 알리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택시 체험을 알리고 싶어 하는 김 지사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택시 체험을 언론에 자주 노출하면 효과도 반감되고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이로 인해 택시 체험이 중도하차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도민들은 조용히 택시를 몰며 민심을 헤아리는 도백의 모습을 원한다.

둘째, 몇 시간만 하는 반짝 운전이 아니라, 한번을 하더라도 기사들의 근무시간과 동일하게 해야 한다. 수원 기사들은 12시간, 오산은 24시간 하는데 이왕 할 거라면 기사들처럼 새벽 4시부터 마치는 시간까지 운행해서 사납금에 쫓겨보아야 그들의 힘든 노동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흉내내기나 보여주기는 생계를 위해 중노동에 시달리는 기사 분들에게 자칫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시길 바란다. 표를 의식한 도지사 행사 일정을 줄이면 김기사의 운전 시간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문수 지사의 '정치를 마치는 날까지 택시운전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지사께서는 택시운전이라는 힘든 체험을 시작하셨고 도민들과 택시기사들은 지사의 택시운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반짝하는 택시 체험이라면 차라리 그만두시라.

김 기사님께서는 정치경륜이 일천한 안 기사가 드리는 충고를 명심하셔서 성공적인 택시 체험으로 도민들의 사랑과 갈채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김 지사께서 지난주 시작하신 생선가게 체험 역시 초선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실천하는 안 기사의 창의적 브랜드다.

초기에는 어색하던 오산재래시장에서 생선과 야채장사를 한 지 5년째인데, 양복 차림으로 재래시장을 돌며 악수하는 정치인보다 틈나는 대로 생선팔고 야채파는 정치인을 주민들께서는 훨씬 신선하게 평가하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정치 대선배이신 도지사께서 안 기사가 해왔던 재래시장 체험을 시작하셨다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택시 체험과 마찬가지로 재래시장 체험도 선거용이라는 빈축을 사지 않으려면 언론에 알리지 말고, 한번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하고, 깜짝 쇼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약속하시기 바란다.

택시기사 5년차인 안 기사가 초짜 김 기사님께 진심으로 드린 충고를 명심하든 무시하든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겠지만, 자고로 선배의 충고는 살이 되고 약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욕먹는 대한민국 정치의 한복판에서 개혁정치와 서민정치를 꿈꾸는 정치후배의 도전적 충고라고 보시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