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배 (인하대 법대 학장·객원논설위원)
국민들이나 언론은 정치인에 대한 피로감을 말한다. 하지만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특권 때문인지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많다. 대학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교수 재직 중에 국회의원을 했던 분을 만났다. 지역에서 자주 뵙는 국회의원과 달리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는가. 전문성과 직역 등의 대표성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국회활동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분은 4년간 '정치는 하지 않고, 자신의 전공인 과학정책'을 위해 일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론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는 국회의원은 딱 한번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다고 했다. 비례대표를 두 번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정치를 더 할 생각이 없었던가를 물었다. 국회의원직을 떠난 후 히말라야 트래킹을 두 번 다녀왔다고 했다. 그리고 높은 산에 올라갈수록 '정상에는 짧게 있어야만 살아 남는다'는 것을 배웠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의 시각에서 보면 나는 너무 오랫동안 같은 산에만 있었다. 개교 50주년과 로스쿨 유치라는 특별한 상황도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도 대학에도 나름대로 정책과 정치적 성격이 혼재된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을 경험하고, 성취의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추억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러한 고단한 일상에서 그나마 내 삶의 축을 지탱해준 기둥 가운데 하나가 '경인일보'다. 15년전 후배 기자와의 약속대로 한결같은 마음으로 신뢰에 답하자고 노력했다.

덕분에 매일 많은 신문과 자료들을 보게 되었다. 이웃들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었다. 특히 사설을 쓰는 전날은 과음이나 불필요한 모임 참석을 자제했다. 그것이 15년간 나름대로 내 산위에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770주 동안 항상 편안한 위치에서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다른 원고요청이나 고정 칼럼을 마다했던 이유다. 나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신문에 일조를 하는 것이 바로 시민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전하고자 했으나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해야 할 일 또한 많다.

그러나 이제 또 다른 산을 찾아 나선다. 내 삶의 터전인 대학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세상을 바꾸는 힘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도 찾아보려 한다. 어떤 교수로서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사회와 국가를 향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는 마라톤으로 말하자면 반환점을 돌았다. 산으로 말하자면 이제 어느 지점에서 하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물론 세상을 보는 이치는 주변 환경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고들 한다. 직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상이 중요하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항상 학생들에게 미래를 이야기해 왔지만 정작 나 자신의 미래세계를 위해 준비한 것은 없다. 어느 날, 인생이란 안개처럼 소리없이 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평온한 현재보다 제 2의 도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이유다. 경제위기와 북한의 로켓발사로 세상이 시끄럽다. 갑자기 통일이 온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할 일은 무엇인지 명쾌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떠난다는 것이 이래저래 마음 편치 않은 이유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 모두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일할 것으로 생각한다. 당분간 낯선 환경과 사람 그리고 새로운 제도를 경험하고자 한다. 내 시각으로 그들을 보고 그 곳에 내재된 가치와 삶의 방식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정리된 생각을 공유ㅔ할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칼럼이든 정책이든 그것이 내가 사회에 대해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했다. 계획된 시간이 지나면, 더 건강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독자 여러분을 만날 것이다. 부디 건승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