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는 인천 생활 문화사의 원형질'.

인천시의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각계 인사들이 무분별한 도시개발에 대해 성찰을 촉구하는 내용의 '배다리 문화선언문'을 선포한다.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과 '중·동구 관통 산업도로 무효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3시 창영초등학교 3ㆍ1독립운동인천지역발상지기념비 앞과 산업도로 공사현장 등에서 '배다리 문화선언 선포식'을 갖는다고 9일 밝혔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인천지역 문화예술계, 학계, 종교계 인사 등 배다리 문화선언 발기인 13명이 작성한 문화선언문 발표와 함께 뜻을 같이 하는 지역 원로 및 오피니언 리더(100명 이상)에 대한 명단 공개, 퍼포먼스 및 기념식수 등이 있을 예정이다.

배다리 문화선언 발기인으로는 곽현숙(아벨서점 대표)·김관철(지성소아과 원장)·김윤식(인천문인협회장)·김학균(시인)·박병석(가톨릭환경연대 대표)·박종렬(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공동대표)·신현수(인천작가회의 회장)·오광철(원로언론인)·이원규(소설가)·이흥우(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조우성(인천시사편찬위원)·지용택(새얼문화재단 이사장)·최원식(문학평론가)씨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감리교가 최초로 뿌리를 내리고 근대 문화의 견인적 역할을 담당한 지역으로, 인천시 유형문화재인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및 한국 최초로 서양식 신교육이 실시된 영화초등학교 본관동이 위치하고 있고 인천지역에서 최초로 3·1만세 운동이 시작된 점 등 배다리 지역에 스며 있는 종교사·교육사적 가치와 의미를 배다리 문화선언문에 담았다.

아울러 "배다리 지역은 6·25 이후 서민 생활의 중심 터전이면서 반세기 이상 '헌책방 거리'라는 이름과 함께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인천의 명소인 동시에 인천의 옛 시가 모습을 상당 부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인천 생활문화사의 원형질에 해당하는 곳"이라며 "배다리 지역에 굴착의 삽날을 들이대어 삶의 흔적을 말살하려는 행정관서의 태도는 지극히 반역사적이고 반문화적이며 비민주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배다리 일대를 원상 보존해 인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담보하는 동시에 후손에게 물려줄 귀중한 문화 자산으로 가꾸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임을 배다리 문화선언문을 통해 천명할 예정이다.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 관계자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의 보고인 배다리 일대가 산업도로 공사와 동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날 선포식은 도시정책의 철학적 기반 및 미래사회의 새로운 가치관과 패러다임을 논의하고 다각적인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는 인천시가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동국제강 사이에 2011년까지 건설하려는 길이 2천570m, 너비 50~70m, 왕복 6~8차선 도로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