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용 (의정부보훈지청장)
올해는 2·8 독립선언과 3·1운동,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90주년이 되는 해이며,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이 되는 우리민족에게는 정말 뜻깊은 해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태가 된 임시정부수립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919년 3월 1일 민족지도자들은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천명한 후 독립국으로서의 우리정부를 세우기 위해 국내외에 흩어져있던 여러 임시정부들을 통합했다.

그리고 4월13일 상하이에서 역사적인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 선포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국민을 대표하는 정부조직으로서 미국, 중국 등 외국과 활발한 외교활동을 전개하였고, 각종 교육·문화운동을 전개하여 독립의식을 고취시켰으며, 광복군 창설 등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또한 우리 역사상 최초로 국민이 주인이 되고 의회가 중심이 되는 민주공화제 정부를 천명한 바, 오늘의 대한민국은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자랑스러운 법통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일본의 혹독한 탄압으로 상하이, 항저우, 충칭 등으로 수차례 청사를 옮기면서도 굳건히 지켜낸 자주독립과 민주공화의 정신은 지금도 겨레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민족적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수립 이후 27년간이나 정부조직을 유지한 채 우리 민족이 광복을 쟁취하기까지 지속적인 독립운동을 펼쳤고, 이는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한 나라가 생성,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는 외부의 침략과 내부의 갈등 등 무수히 많은 우여곡절과 부침(浮沈)을 겪게 된다. 이것을 기록해놓은 것이 역사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그 민족의 뿌리가 되고 그 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며 왜곡을 거부하는 것이다.

격동의 연속이었던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일신의 안위보다 조국의 광복을 염원한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있다.

40년간의 항일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목숨을 초개와 같이 조국의 제단에 바쳤으며 지금도 만주나 연해주의 이름모를 산야에 묻혀 조국의 광복을 모른 채 누워있는 순국선열들의 수를 우리는 정확히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 분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직한 역사는 우리에게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게 하고 현재를 넓고 깊게 이해하게 하며 미래를 올바르게 대비하게 한다. 이미 90년이나 지난 일이라고, 혹은 부끄러운 과거라고 덮어두어서는 안된다.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와 순국선열들의 뜨거운 애국정신을 알려주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이다.

4·13 임시정부수립 기념일을 맞이하여 어린 자녀가 있다면 함께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아니면 인근에 있는 백범기념관, 효창공원, 서대문 독립공원, 도산공원 등 애국지사들의 민족혼을 기리는 역사적인 장소를 가보는 것도 자녀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좋은 체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