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권 (경인여대교수·세무회계과)
민간투자로 건설된 인천공항철도의 이용객수가 당초 예측의 7% 수준인 1만3천여명에 불과하여 정부는 운영업체측에 2007년에 1천40억원, 2008년에 1천666억원의 정부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더욱이 2단계 공사가 끝나면 한해의 적자가 5천억원으로 늘어나 2040년까지 향후 32년간 세금으로 충당하여야할 미달분 보조액이 무려 5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이외에도 천안~논산 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민자를 유치한 거의 모든 SOC사업이 수요예측의 갭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으로 운영보조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8조4천억원 규모의 굵직한 SOC민간투자사업이 9건이나 착공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재정에서도, 세금으로 SOC민간투자사업에 운영보조금을 지급해야함에도, 민간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예측수입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업임에도 SOC민간투자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들만의 셈법이 숨어있는 것인가?

SOC민간투자사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는 공익보다도 단체장의 치적을 위한 전시행정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사업일 수밖에 없다. IMF이후 부진하던 SOC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정부는 1999년에 민간부문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그동안 시행해오던 관련법을 전면 개편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시행해오고 있다. 예산편성시 부족재원으로 항상 투자의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되는 상황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하는 SOC건설을 위한 민간자본유치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SOC민간투자사업은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를 민간기업에 절대적인 사업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자부담원칙에 합당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민간기업은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수익창출에 확신이 없다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민간기업은 투자자본에 대한 자본비용과 운영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창출에 확신이 있다면 투자를 결정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수익의 대부분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장한다면 땅짚고 헤엄치는 격이요, 눈먼돈 빼먹는 격일 것이다. 이러한 조건적 상황에서 SOC민간투자사업의 운영부실과 손실보전의 문제는 사업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의도적으로 내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상수익의 90%까지 수익을 보장해주는 조건하에서는 민간기업은 사업계획서에 이용객수를 최대로 조작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예상수입을 가능한 한 최대로 늘리려 할 것이다.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이용객수가 당초예상의 7%라는 결과는 사업계획이 얼마나 엉터리였고, 관할관청과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가 전혀 제기능을 하지 못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엄청난 국고를 낭비하고도, 낭비하게 될 것임에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법 제정 당시부터 법규정 자체에 문제가 내재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또 결탁이나 로비가 작용했음을 의심하게 한다. 도덕적해이의 극치다. 그들이 계획하고 심의 승인한 천문학적 공사비는 제대로 산정되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도포장이 미미한 제3공화국시절 영국의 한 타이어회사가 모든 자동차에 자사제품을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전국의 도로포장을 무상으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당시 국가재정이 빈약한 정부로서는 솔깃할 만했다. 그러나 거절했다고 한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당장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어려운 선택을 한 당시의 결정은 국가경제의 먼 미래까지 내다본 혜안이었다. 덕분에 우리의 기술로 전국의 도로를 포장했고, 토목과 건설 분야는 오일달러를 벌어들여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타이어 산업도 성장 발전하여 우리 경제의 한 축이 되었다. SOC민간투자사업 유치결정시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이다. 공항철도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현재 추진중에 있는 SOC민간투자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며, 관련법도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