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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정부 등 경기북부지역에 대전차 방호벽이 설치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 이 거대한 석조물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와 첨단화된 군 무기시스템 등으로 그 효용성이 떨어지면서 철거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군(軍) 전문가들도 도심속 흉물로 전락해 가는 대전차방호벽의 대체시설 필요성을 지적한다. 경인일보는 경기북부지역의 핫이슈로 떠오른 대전차방호벽 철거 논란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콘크리트 대전차방호벽이 마을을 남북으로 양분하고 있는 파주시 월롱면 위전 1리.

360번 지방도가 유일한 마을 통로지만 80년대 이곳에 도로낙석방지벽 형태의 대전차방호벽이 설치되면서 400여세대의 마을 주민들이 수십년간 위험한 통행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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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벽설치구간의 통행폭이 3.6m에 불과, 교차통행이 불가능한데다 북쪽 마을에 20~30개의 공장이 들어서면서 차량통행이 많아진 이후에는 접촉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기계 운행이 잦은 농번기에 방호벽 구간은 마을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외지 운전자들도 방호벽을 사이에 두고 먼저 진입하려다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주민 사모(58)씨는 "마을 사람 대부분이 수십년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데 대전차 방호벽으로 인한 불편과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철거는 아니더라도 방호벽설치구간의 도로폭을 넓혀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대전차방호벽이 마을을 양분하고 있는 곳은 비단 위전 1리 뿐만이 아니다. 위전 1리를 시작으로 월롱역 부근 1번국도에서 끊긴 뒤 위전 2·3·4리를 양분한 방호벽은 옆 마을인 영태리와 도내리까지 무려 수십 ㎞에 걸쳐 길게 늘어서 있다. 위전 3리의 경우 방호벽으로 인한 피해는 더 심각하다. 100여 세대가 사는 이 마을도 도로마다 차량 1대가 간신히 통과하는 방호벽이 설치돼 사고가 빈번하다.

실제로 이곳의 방호벽 벽면은 회전반경이 나오지 않으면서 차량들이 긁고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고, 노인이 탄 휠체어를 밀고 있는 마을 주민이 방호벽구간을 통과하는 차량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통행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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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시 월롱면 인근 수십 ㎞에 대전차 방호벽이 이어져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위전3리 마을로 들어가는 한 장애인이 대전차 방호벽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위전 3리 이장 서모(48)씨는 "(경기북부)전체가 군사보호구역이라 축사하나 짓기도 힘든 판에 방호벽을 철거해 달라면 군에서 해주겠냐"면서 "언제까지 주민들이 고통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방호벽철거에 대한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현재 설치된 방호벽은 60년대 이후 설치된 것으로 군도 현대전에 맞게 대체시설을 마련하거나 불필요한 방호벽은 철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경기북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최종길(48) 회장은 "주민들은 그동안 아무 대가없이 정부 방침에 따라 묵묵히 살아왔지만 최근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관광객들이 늘면서 대전차방호벽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며 "철거되길 바라지만 군사 목적상 존치해야 한다면 주민 불편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