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대전차방호벽이 마을을 남북으로 양분하고 있는 파주시 월롱면 위전 1리.
360번 지방도가 유일한 마을 통로지만 80년대 이곳에 도로낙석방지벽 형태의 대전차방호벽이 설치되면서 400여세대의 마을 주민들이 수십년간 위험한 통행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 사모(58)씨는 "마을 사람 대부분이 수십년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데 대전차 방호벽으로 인한 불편과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철거는 아니더라도 방호벽설치구간의 도로폭을 넓혀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대전차방호벽이 마을을 양분하고 있는 곳은 비단 위전 1리 뿐만이 아니다. 위전 1리를 시작으로 월롱역 부근 1번국도에서 끊긴 뒤 위전 2·3·4리를 양분한 방호벽은 옆 마을인 영태리와 도내리까지 무려 수십 ㎞에 걸쳐 길게 늘어서 있다. 위전 3리의 경우 방호벽으로 인한 피해는 더 심각하다. 100여 세대가 사는 이 마을도 도로마다 차량 1대가 간신히 통과하는 방호벽이 설치돼 사고가 빈번하다.
실제로 이곳의 방호벽 벽면은 회전반경이 나오지 않으면서 차량들이 긁고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고, 노인이 탄 휠체어를 밀고 있는 마을 주민이 방호벽구간을 통과하는 차량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통행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방호벽철거에 대한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현재 설치된 방호벽은 60년대 이후 설치된 것으로 군도 현대전에 맞게 대체시설을 마련하거나 불필요한 방호벽은 철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경기북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최종길(48) 회장은 "주민들은 그동안 아무 대가없이 정부 방침에 따라 묵묵히 살아왔지만 최근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관광객들이 늘면서 대전차방호벽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며 "철거되길 바라지만 군사 목적상 존치해야 한다면 주민 불편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