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핑장 야외 세면장의 수도꼭지는 녹슬고 타일은 뜯겨져 나간채 방치되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 2002년 월드컵 경기 당시 외국인과 내국인 배낭족들에게 숙소를 제공한다며 인천월드컵경기장 내에 조성한 캠핑장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월드컵 경기 이후 다른 활용방안을 강구하거나 시설을 보완해 인천을 찾는 외국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캠핑장 관리를 맡고 있는 시설관리공단은 손을 놓았다.

인천시는 올해 인천세계도시축전과 인천방문의 해를 맞아 외국인을 유치하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기존 시설물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오후 찾은 인천월드컵경기장 캠핑장. 제대로 된 푯말조차 없어 20여분을 헤맨 후에야 간신히 찾은 캠핑장은 초입부터 부실관리 흔적이 역력했다 .

경기장 동쪽광장에서 캠핑장으로 가는 계단에 설치된 10개의 조명 중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10개 모두 전구가 깨진 채 시커먼 전선만 흉물스럽게 밖으로 나와 있었다.

깨진 조명을 지나자 3천316㎡의 부지에 조성된 캠핑장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 야외세면장까지 갖춘 최상급 캠핑장. 그러나 가까이 가서 살펴보자 시설 자체가 무용지물이었다.

입구에 문조차 달려 있지 않은 남녀화장실은 합판으로 막혀 있었고 샤워실도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창문 너머로 샤워실 내부를 들여다봤더니 수북이 쌓인 먼지만 눈에 들어왔다. 야외세면장 또한 물이 안 나왔고 녹슨 수도꼭지만 눈에 띄었다. 여기에 캠핑장 곳곳에 만들어 놓은 벤치에는 누군가가 스프레이로 낙서를 해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예약을 받아 운영한다는 이 캠핑장의 경우 지난 2004년 예약건수는 단 2건이었고, 2005년 1건, 2006년 1건, 2007년 1건, 지난해에는 3건에 불과했다.

문학경기장에 자주 온다는 김정모(35)씨는 "경기장에 캠핑장이 있는지 몰랐다"며 "여름에 가족끼리 야영을 하거나 놀러오면 좋을 것 같은데 왜 이런 식으로 캠핑장을 방치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박남희(32·여)씨도 "캠핑장에 대한 홍보만 잘 되면 학교 사물놀이패나 동아리 학생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했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캠핑장 자체가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수영장 부지로 예정돼 있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