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수원에 가면 또 다른 '라디오 스타'가 있다. 수원 못골시장의 장내 방송국 '못골 온에어'에서 디제이로 활약하고 있는 상인회 총무 이충환 씨, 4대째 시장을 지키고 있는 김승일 씨, 사업을 접고 가업을 이으려고 시장으로 돌아온 김덕원 씨다. 이 사람들은 가게마다 넘쳐나는 이야기를 모은다. 상인들은 울고,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나 싸워야 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이제는 웃으며 들려준다. 라디오를 통해서.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 '우리는 못골시장 라디오 스타'(이매진刊)가 나왔다. 스토리텔링 전문작가이자 부부인 정영선·유제영씨가 3개월 동안 90여 개의 점포를 일일이 방문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지난해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약칭 '문전성시' 프로젝트) 지역으로 지정된 수원 못골시장은 여러 주목할 만한 변화를 겪어왔다. 어린이들에게 주기적으로 시장을 구경시켜주는 '어린이 경제캠프'가 열리고, 여성상인을 주축으로 한 합창단이 결성돼 호평을 받았다. 그 뿐 아니다. 상인들의 흥을 돋우며 고객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도 운영했던 것. '못골시장 라디오 스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가난, 질병, 사업 실패, 사고 등으로 좌절했지만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열심히 웃으며 살아가는 못골시장 상인들의 이야기가 책갈피마다 알알이 담겼다. 일 나가신 할머니가 쪄놓고 가신 옥수수를 쥐에게 빼앗기고 울던 어린 아이, 등록금을 면제 받는다며 권투부에 들어간 아들의 경기를 보고와 몇날 며칠을 앓은 어머니, 먹을 것이 부족해 치킨 뼈다귀로 뼛국물을 우려먹는 임신한 아내를 모른 체하던 젊은 가장 등 작은 골목시장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갖가지 이야기 등. 그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상인들의 모습은 일상에 지친 독자들에게 활력을 전한다.
책의 인세수입은 못골시장 상인회에 기부해 시장 내 각종 문화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니 더욱 뜻깊다. 304쪽,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