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식 (백남준아트센터 행정지원팀)
용인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한지 6개월째 접어든다. 행정기관이 한 사람의 예술가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애착, 나아가 그를 기리는 전시관을 건립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결정이다.

게다가 공공기관이 100억원대가 넘는 한 사람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구입하고 소장한다는 것 또한 보기드믄 일이다. 예술에 대한 간헐적인 지식만으로 행정기관인 경기도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는 경기문화재단이라는 산하기관을 설립해 예산을 지원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백남준아트센터는 경기도의 예산으로 경기문화재단 소속하에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그것도 불황의 그늘 속에서 온갖 설움과 고통을 딛고 일구어낸 주민들의 혈세로 건립되어 운영되는 엄연한 공공기관이다.

지난해 4월 백남준아트센터가 준공된 이후 6개월을 보내며 개관까지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절차는 고사하고 개관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부진한 상태에서 정해진 규정과 절차가 무시된 채 주먹구구식 예산이 집행되었다면 어찌 이해를 해야 할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예술이라는 다양한 사고의 영역과 상황, 조건 등을 빌미로 무계획적으로 예산이 집행되었다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필자는 과거의 공직경험이 인연이 돼 백남준아트센터의 개관을 두달 앞두고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받아 지난해 8월 개관준비 작업에 합류했다. 개관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백남준아트센터의 비정상적 운영방식과 그간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개선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필자가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준비를 위해 합류하자마자 제일먼저 한 일은 일부 작품이 분실돼 인근 고물상 쓰레기 더미에서 작품을 찾아낸 일이다. 작품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난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둘째, 경기문화재단에서는 백남준아트센터 건립계획 수년전에 백남준의 여러 작품을 구입하면서 일부 작품에 대해서는 수천여만원의 작품대금만 지불하고 작품을 제때 인도받지 못하기도 했다. 작품 구입시 검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드러난 사건이기도 하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 것들을 개관전시에 선보인 것이기도 하다. 이는 그동안 구입된 수많은 작품들에 대해서도 진위여부와 함께 구입가격의 적정성 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셋째, 아트센터의 문화상품은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구입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또한 사전에 계획 없이 상품구매를 하다 보니 판매가 부진한 상품들 대다수가 창고에 보관되고 있다.

경기도가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백남준을 선택해 그의 예술세계를 기리고자 함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백남준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드러나는 허점들이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부디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면모가 백남준아트센터라는 공공기관의 부실한 운영을 통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