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치 좀 변경해 달라는데 어렵다니요."

지난 4월말 오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문촌리의 한 시골마을. 농번기를 맞아 바쁜 이 마을에 난데없이 '왱'하는 전기톱 소리가 마을 전체를 휘감았다. 인근 문수산 중턱의 송전탑 공사를 위한 벌목작업 소리다.

이어 문촌리 이장이 동네 확성기를 통해 '사이렌'을 울리자 마을 주민 30여명이 일손을 놓고 곧바로 송전탑 공사 현장에 모였다. 그리고 공사 현장에 있던 관계자 10여명이 자리를 뜨자 주민들은 마을로 돌아왔다.

문촌리 마을 주민들과 송전탑 공사 관계자들과의 실랑이가 벌써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도, 공사 관계자들도 이제 지칠 법도 하지만 일주일에 두세번 꼴인 실랑이는 어느새 일상생활이 됐다.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는 신안성변전소~신가평변전소간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한 765㎸급 고압송전로 논란을 빚고 있는 총신대(경인일보 3월 31일자 17면 보도)에 이어 원삼면 일부 지역 민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용인과 광주·이천·여주·양평·가평 등 6개 시·군 일대 6만9천639㎡ 면적에 위치하게 될 송전탑은 총 129기로 이중 문촌리 일대에는 18~22번의 송전탑이 설치된다. 문제는 대부분 송전탑이 인근 문수산 정상 능선을 따라 설치되지만 19번 송전탑만 유독 주택가와 불과 200여m 정도 떨어진 산 중턱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문촌리 홍학표(43) 이장은 "송전탑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송전탑 위치만 산 능성으로 조금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것 뿐인데 한전측이 시골 주민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철탑 위치를 옮기기 위해서는 옮겨가는 철탑 부지와 고압선 아래의 토지 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해 불가능하다"며 "또한 위치 변경시에는 상대적으로 가까워지는 사암리 등 마을간 분쟁이 발생해 또 다른 민원의 제기가 우려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