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포스터.
'똑 똑 똑'.

지난 4월 서울의 한 독립영화 전용관에선 '세상을 두드리다'라는 슬로건과 '차별에 저항하라'는 주제를 내세운 제7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열렸다.

29편이 상영된 올해 영화제에 인천 영화 3편이 상영작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올 영화제에서 개막작의 영예를 안은 '작은 새의 날개짓'은 인천 민들레 장애인야학의 김순미(32·여)씨가 영화기획에서 시나리오, 촬영, 편집 등 모든 과정을 직접 담당했다.

중증장애인인 김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3명의 여자 중증장애인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인 '작은 새의 날개짓'은 자립생활의 당당함을 일상의 언어로 표현했으며 활동보조인 제도에 대한 불합리성을 위트와 해학으로 꼬집어낸 작품이라고 영화제에 참여한 관객들은 평가했다.

인천의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성동학교 학생들의 영화 두 편도 당당히 영화제에 이름을 올렸다.

연출을 맡은 최수지양과 대본을 쓴 오보배양, 그리고 주연을 맡은 이연옥양 등이 함께 만든 '아르바이트'가 그것이다. 이 영화 역시 학생들의 일상을 화면에 담았다. 청각장애를 가진 한 여고생이 어머니의 생일을 맞아 선물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용이다.

성동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들리지 않는 문' 또한 청각장애인의 불편함을 표현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현실 속의 투쟁이 카메라에 담겨 그 결과가 영화로 완성됐다는 점이다. 영화들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와 달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리는 친구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갖고 반겨달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주 작은 용기조차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가슴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세 영화는 인천 주안영상미디어센터의 '찾아가는 미디어 교육'을 받으면서 탄생할 수 있었다. 2008년 2학기 영상교육 과정을 밟으면서 영화를 제작했다. 각종 촬영 장비와 편집에 필요한 컴퓨터 등도 센터측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몰아닥친 경제한파로 인해 자칫 영화제가 좌초될 위기까지 겪었다는 뒷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미디어센터의 의미있는 미디어 교육을 통해 탄생한 인천 영화들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