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만큼 법정기념일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달력을 보면 2~3일 건너 기념일이다. 어떤 날은 2~3개의 기념일이 겹친다. 특히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은 1일 법의 날, 근로자의 날로 시작해서 31일 바다의 날, 금연의 날까지 절반이나 '이름'이 붙은 날이다. 이 가운데 오늘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부부의 날'이다. 지난 1995년부터 부부의 날 위원회 사무총장 권재도 목사가 행사를 시작한 이후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정해졌다. '둘(2)이 하나(1)돼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21일이다.
인류는 태초부터 남녀가 부부로 함께 살도록 돼 있다. 창세기에도 하나님은 아담에게 '돕는 배필'인 이브를 만들어주었듯이 가정이라는 사회의 기초단위를 이루는 핵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부부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촌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기에 부부 간에는 촌수도 없다. 오직 자녀에 대한 책임감, 부모에 대한 효도를 실천하는 가운데 생기는 여러 어려움들을 사랑으로 함께 극복해야 하는 사이다.
통계방법의 차이나 오류가 지적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부부의 인연을 끊고 이혼하는 가정이 많이 있다. 심지어 반평생을 살아온 노부부의 황혼이혼도 늘어난다. 이는 사랑하는 연인과 부부의 관계를 착각하는 데서 오는 결과인 듯하다. 사랑하는 감정, 그 두근거림은 3년을 못 간다고 한다. 두근거림을 찾기 위해 다시 결혼하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서로를 아껴주고 이해하는 마음이 아쉬울 뿐이다.
부모와 자식 챙기기에 정신없다 보니 남편과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며 살아온 게 우리네 부부사이다. 오늘만큼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 사랑과 존중의 표시로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하며 연애시절의 애틋한 감정을 되살려보자. 게다가 두근거리는 마음이 담긴 편지 한 장이라도 주고 받는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준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