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지만, 특히 백령도 등 서해 5도의 법적지위를 문제삼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에서 한국과 미국 군함 및 일반선박의 안전항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힌 대목은 군사적 위협의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어서 현실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상호 위협이)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인 만큼 서로 마주보고 극단으로 달리는 '치킨 게임' 상황이 계속되면 돌발상황이 군사적 충돌로 가게 될 위험이 크다"고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려했다.
대북 소식통들도 "최근 북한 군부 고위층에서는 대남 군사도발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정 공백 속에서 그나마 장성택 행정부장이 군부의 도발을 제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북한 지배층의 심상치 않은 강경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군이 우리측 NLL 수역과 자신들이 1999년 선언한 해상경계선이 중첩하는 수역에서 자신들의 지배권을 주장하기 위한 각종 군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우선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행위로, 북한이 해군함이나 어선을 NLL 우리측 수역으로 들여보내 남측의 군사적 대응을 유도하거나 해안포·미사일 발사훈련과 이를 구실로 한 항해금지수역 선포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들 수 있다.
남측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고 나설 경우 이를 빌미로 북한은 1, 2차 연평해전때와 같이 함대 함의 대응이 아니라 육상에서 해안포나 지대함 미사일로 타격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남측 군함이나 민간 어선들이 북한이 자신들의 관할로 정해놓은 수역으로 들어갈 경우 총포사격과 나포 행위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군이 실제 이러한 도발행위를 할 경우 오래전부터 시도해온 NLL의 무력화를 관철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의 이번 성명을 총참모부가 아닌 판문점대표부가 나서 발표한 것은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정전협정이 무효라는 입장을 발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주민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전시 상태'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군은 이날 성명에서 PSI에 따라 북한 선박에 대한 "단속·검색행위를 포함해 그 어떤 사소한 적대행위"에 대해서도 "즉시적이며 강력한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PSI에 전면 참여하더라도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단속·검색으로 인한 충돌 가능성은 작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의 무효화와 전쟁상태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 서해상 뿐 아니라 육상에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경계심을 높여야 할 상황이다. 군사분계선에서 북한이 우리 측의 사소한 행동을 구실로 초소를 향해 총격행위나 파괴행위 등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군 성명은 NLL 수역에서 자신들이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는 대상으로 미군 함정도 포함시킴으로써 주한미군에 대한 군사적 위협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