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서거 이레만인 29일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에는 18만여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몰렸지만 큰 혼란이나 불상사 없이 행사가 평온하게 진행됐다.

= 서울, 노란색으로 물들다 =

0..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치러진 29일 서울 시내는 온통 그의 상징색인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시청 앞 광장과 서울역 등에 모인 시민 수십만명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노란 종이모자와 노란 풍선을 들었고, 노란 스카프를 목이나 팔뚝에 감은 이도 있었다.

청계광장과 도로 주변 가로수에는 노란 풍선띠가 걸렸고, 운구행렬 주변에서는 노란 종이비행기가 날기도 했다.

= 운구행렬 주변 경찰들 '제자리 앉아' =

0..노제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향하던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광화문 사거리에 접어들자 주변을 지키던 경찰 병력이 일제히 자리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이 운구 행렬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하지만, 경찰은 시민들이 행렬 주변으로 앞다퉈 몰려들자 곧 다시 일어나 인간띠를 형성해 더 이상의 접근을 막았다.

= 무더운 날씨에 실신·탈진 속출 =

0..노 전 대통령의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 일대에는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로 탈진하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소방방재센터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시청 앞 광장에서 조모(24.여)씨가 탈진하는 등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15명이 실신하거나 탈진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센터는 이들 가운데 5명을 병원으로 옮기고 1명은 귀가시켰지만, 나머지 9명은 증세가 가벼워 현장조치만 했다고 덧붙였다.

= 운구행렬 속 민주당 의원들 '곤욕' =

0..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함께 운구행렬을 뒤따르던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돌아가실 때까지 뭘 했냐"는 시민들의 원망과 질타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행렬이 노제가 치러진 서울광장을 벗어나는 동안 주변 시민들은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박영선 의원 등에게 "노 대통령 살아계실 때는 봉화마을 한번 안 가보더니 죽고 나서야 따라다니느냐"며 잇따라 언성을 높였다.

= 뒷정리는 확실히…. 시민정신 과시 =

0..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을 따라 시민들이 빠져나간 도로 위는 깔고 앉았던 신문과 종이 모자, 버려진 유인물 등이 그대로 남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어디선가 마대와 대형 비닐봉지를 구해 자발적으로 청소함으로써 성숙한 시민정신을 과시했다.

권영삼(29)씨는 "오늘 행사가 그렇게 좋은 일도 아닌데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해 주변에서 봉투를 구해 와 쓰레기를 치웠다"고 말했다.

= "또 봉쇄냐" 시민ㆍ경찰 충돌 =

0..노 전 대통령의 노제가 치러진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경찰 버스가 이동하자 시민들이 행사장 봉쇄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해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경찰 버스 4대가 서울프라자호텔 맞은 편 서울광장 가장자리에 주차를 시도하자 시민들은 얼린 물통 등을 던지며 "또 봉쇄하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경찰버스 1대와 경찰 지휘차량 1대의 창문과 백미러 등이 파손됐다.

경찰은 문제의 버스를 인권위원회 옆길로 철수시켰지만, 일부 격분한 시민들이 뒤를 쫓으면서 주변에서 시민과 경찰이 한동안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광장 주변에 차 벽을 치려고 한 것은 아니고 경찰버스를 단순히 옮기려다 시민들이 오해한 것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