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간·담도센터 교수)
피부가 좋지 않거나 얼굴색깔이 검어졌을 때 주변에서 '간이 안 좋으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간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간 수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AST와 ALT 등의 간효소 수치를 말한다. 간 수치가 올랐다는 것은 AST와 ALT가 증가했음을 말한다. AST와 ALT는 주로 간세포 내에 존재한다. 바이러스 질환이나 약물, 기타 면역질환에서 염증이 발생하여 간세포가 손상되었을 때 혈중에 상승한다.

간효소 수치가 어떻다고 하는 것은 검사시점 상태에 따라 좌우돼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급성간염에 걸렸던 사람은 당시에는 간염수치가 급격히 상승하지만 1~2개월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간염환자들은 적절한 치료여부에 따라 상승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

간질환이 진행돼 간경변(간경화) 상태에 이르면 AST와 ALT 수치는 오히려 떨어진다. 간세포암 환자의 경우도 상당수 환자에서 간염수치는 정상이다. 따라서 AST와 ALT 등 간효소 수치만으로 간질환의 유무나 정도를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간질환이 의심되거나 간기능 상태를 알고 싶을 때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급성간염은 소화장애와 복부불편감, 식후팽만감, 근육통, 두통, 어지러움, 구토, 식욕부진 등 일반적인 비특이적 증상에서부터 정도가 심할 때 진한 소변색깔, 황달 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급성바이러스성 간염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 감기증세처럼 발열과 근육통, 두통 등의 증세가 흔히 동반된다. 감기로 착각하고 감기약 등을 먹다가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고 급성간염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간질환이 진행돼 간경변에 이르면 합병증으로 복수, 위식도정맥류 출혈, 간성뇌증, 자발성세균성복막염, 간신증후군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경우 응급시술을 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재발하거나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결국 간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 지방간이나 많은 만성간염환자에서는 특이한 증상이 없으므로 이러한 간질환을 알고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정기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만성 간염바이러스는 사람의 면역시스템에 이상을 초래해 피부나 결막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알코올 또는 간경변증 환자는 혈관확장물질 상승이나 호르몬 계통의 이상으로 얼굴이나 앞가슴에 모세혈관확장증이나 거미상혈관종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간수치 또는 간질환과 얼굴색의 관계는 그리 크지 않다. 얼굴색이 나쁘거나 피부가 좋지 않다고 해서 반드시 간질환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간에 염증이 있어도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급성이든 만성이든 간염이 있을 때 질환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각각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