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5도에 대한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연평도에서 15마일 떨어진 꽃게 어장에서 진흥3호가 조업하고 있다.
"11번선, 11번선에 바가지 몇 척 있습니까."

1일 오후 연평도 서남쪽 16㎞ 해상. 연평면 행정선인 인천 518호가 꽃게 조업이 한창인 어선을 무전으로 호출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북방한계선(NLL)인근 32㎞ 해상까지 연평 꽃게 어장이 형성돼 있다. 그 넓이만 무려 750㎢다. 해병 연평부대와 어업지도선 등은 편의상 어장에 1.6㎞ 간격으로 가상의 선을 지정해 놓고 1번선에 어선 몇 척, 2번선에 몇 척 등 어선 조업 정보를 교환한다. 어선은 속칭 '바가지'로 표현한다.

이날 출항한 어선은 모두 23척. 그러나 기상이 좋지않아 오후 1시께 대부분 회항했고 3~4척만이 조업을 계속했다.

행정선 선장 조영주(53)씨가 무전을 날려보지만 응답이 없다. 행정선 레이더에 잡힌 배는 모두 해군 2함대 소속 고속정이거나 어업지도선이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평 꽃게어장 인근에는 해군 고속정에서부터 농림수산식품부의 어업지도선 무궁화호까지 들어와 최근 부쩍 높아진 긴장감을 실감케 했다.

연평도 서남쪽 24㎞ 해상까지 나가자 조업중인 어선이 보였다. 진흥3호. 3~4명의 어부들이 끌어올리는 그물엔 꽃게가 듬성듬성했다. 꽃게가 안잡힌다는 얘기다. 어부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찍지마, 찍지말라니까."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어부들이 행정선을 향해 소리쳤다. "요즘에 꽃게도 잘 안잡히는데다 북한애들에다, 언론까지 난리니 이 사람들이 좋아하겠어요." 행정선에 타고 있던 한 승무원이 귀띔했다. 특히 최근들어 해군과 해경 등이 어업통제를 강화하면서 어민들의 신경이 한층 날카로워졌다고 한다.

행정선도 감시대상이긴 마찬가지다. 항해하는 내내 해병대 연평부대에서는 이동 경로와 목적 등을 알려달라는 무전이 계속 들어왔다. 겉으로 평온하게만 보이는 연평 꽃게어장. 그러나 그 고요함은 마치 폭풍전야와 다를 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