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시작되는가 했더니만 벌써 6월이다. 이 달말이면 1년의 절반이 지난다. 하릴없이 그냥 반년을 보냈다는 사람이 많으니 세월은 정말 유수(流水)와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특별히 올 6월은 23일부터 윤 5월이 시작되는 윤달이 있는 해이다. 덤으로 생겼다 하여 덤 달, 여벌 달, 공달이라고 불린다. 부정을 타지 않는다 하여 윤달에는 이장(移葬)도 많이 하고 수의(壽衣)를 준비하며 우물을 파거나 메워도 좋다고 한다. 하늘과 땅의 신(神)이 이 달 만큼은 인간의 불경스런 일도 그냥 지나친다는 속설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결혼과 이사를 하면 좋지 않다는 속설도 있다. 윤달에 출산하면 아기에게 불길하다는 말도 있어 제왕절개나 유도분만을 통해 출산을 앞당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후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를 보면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를 만들기에도 좋은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 달이라고 적혀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경우에 따라 풍습과 속설이 바뀌고 사람들의 행동양식도 변모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윤달은 왜 만들어졌을까? 윤달은 2~3년에 한 번, 정확하게 19년에 7번이 찾아온다. 음력(陰曆)은 한 달이 29.53일이므로 1년은 354.36일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의한 양력(陽曆)보다 1년에 약 11일, 3년이 지나면 음력 날짜는 태양의 움직임과 한 달쯤의 차이가 나게 된다. 그래서 2~3년마다 윤달을 만들어 1년을 13달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17년 후에는 5~6월에 눈이 내리고 동지·섣달에 더위를 겪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깐깐 5월, 미끈 6월,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 하며 5월을 깐깐하다고 했다. 보리가 익어가고 볏모가 자랄 대로 자란 음력 5월이면 이것 저것 챙길 것이 하도 많아 눈코 뜰새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 깐깐한 5월이 올해엔 두 번이나 있으니 가뜩이나 일손 없는 농촌에서는 일 복이 터진 셈이다. 직장마다 주말에 짬을 내 농촌일손돕기에 나선다면 농민들의 주름이 활짝 펴질듯 싶다.
/이준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