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식 (경기도 관광진흥과장)
금년들어 10년째인 도자축제는 준비과정에서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홍보비 3분의1 삭감, 시·군조직을 이용한 입장권 판매 및 인센티브제 폐지 등 최악의 현실에 맞닥뜨려야 했다. 그럴수록 나는 오기가 생겼다. 나를 비롯한 직원들은 '발로 뛰는 홍보'를 통해 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기로 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과정만큼은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면서 길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팀은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39개 대기업들과 코마케팅(Co-Marketing)을 실시하여 입장권 판매 32만장이라는 쾌거를 올렸고, 삼성홈플러스와는 3월초부터 대구를 필두로 전국 24개 매장을 주말마다 돌아다니며 홈플러스 고객에게 홍보전단 96만장을 배부하였다. 특히 행정인턴과 공무원이 함께 '발발이 홍보팀'과 '온라인 홍보팀'을 만들어 주야장천 홍보활동을 실시했다. '발발이'는 지구 반바퀴를 돌면서 전단 25만장과 포스터 1만장을 배포했고, 온라인팀은 포털사이트 내 파워블로그 및 커뮤니티에 6만여건의 콘텐츠와 2천여건의 정보를 제공하였다. D-10일이 지나면서 최선을 다한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장권 판매실적이 지난 4회를 앞선 것이다. 시쳇말로 대박이 보장되면서 만사가 고무적이었다. '이제 됐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개막일을 기다렸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니, 여기서 끝났으면 이리도 구구절절한 사연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개막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설상가상으로 '신종 플루'가 행사 분위기에 찬물을 뿌리면서, 각 학교에서는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예약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한 술 더 떠 주말마다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정말 앞이 캄캄하고 암담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지금까지 노력해온 3개월이 헛수고가 된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이를 악물고 몸을 추슬러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나? 우리과 직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문화관광국 전직원은 물론 기획조정실과 2청사, 도의원까지 '길거리 홍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수원역부터 시작해 서울역, 분당역, 과천정부청사역, 구로역 등 사람이 많은 곳을 골라 매주 2~3회씩 새벽마다 전단지를 돌렸고, 명동, 청계천, 대학로, 고속도로 휴게소 등 다중집합장소에서도 홍보전단을 돌렸다. 12만장은 족히 더 돌렸다. 폐막 3일전까지 길거리를 누비면서 도자축제를 홍보했다. 공직생활 30년동안 수십번의 크고 작은 행사를 치르면서 홍보한 것을 다 더해도 이번의 10분의1만큼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정말 내게 남아있던 1%의 진까지 빼서 원없이 다 써버렸다.

2009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관람객 382만명을 돌파하며 30일간의 긴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던 일요일 저녁에 나와 관광기획팀 6명은 수원 북문의 선술집에서 달디 단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나와 직원들의 몸은 하나같이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정도였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기력이 허하여 막걸리 몇 잔에 맛이 간 친구들 덕분에 술값을 아낄 수 있었다. 그날 우리는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칭찬하는 잔을 올렸고, 그래도 모자라 자식과 집사람이 있는 데서 나는 '나에게 축배를' 권했다. 오랜만에 텃밭 좀 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