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민원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아파트 건축허가 백지화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김포시의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되면서 이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경인일보 6월3일자 17면 보도). 원칙없는 행정이 집단민원을 부추기고 민원에 발목잡힌 행정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또다른 민원을 야기하는 잘못된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김포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김포시 장기동 청송마을 3단지 주민들은 지난해 3월부터 307동 주변을 'ㄷ'자 모양으로 둘러싸는 형태인 성우종합건설의 아파트 건립계획이 잘못 됐다며 1년 넘게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은 13층 내외인 기존 아파트 단지를 25층 높이로 둘러싸 버리면 조망권과 일조권이 침해되고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시는 토지공사, 성우와의 협의를 거쳐 25층을 18층과 17층으로 내리고 5개동이 배치됐던 단지 후면부의 동수를 3개로 줄이는 등 절충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530세대였던 공동주택도 465세대로 65세대가 줄었다.

마무리 되는 듯 하던 민원은 성우측이 1층의 필로티를 없애고 주택을 넣으면서 다시 불붙었다. 약속과 다르다며 주민들이 이미 사업승인까지 난 아파트의 허가취소 등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

지난 1일과 12일엔 시장이 직접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다. 12일 청송마을 장기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대화에선 참석자들중 일부가 시장에게 막말을 하면서 오히려 갈등과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시는 주민들의 민원이 한계를 넘었다고 보고 있다. 1일 시청을 항의방문한 주민들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높이를 낮추는 건 몰라도 세대수까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며 사업승인 백지화는 안된다고 입장도 정리했다.

시는 이번 기회에 불법과 떼법이 통하지 않는 민원 처리기준을 만들 생각이다.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민원은 조기에 불가통보를 하고 끝까지 원칙을 지켜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와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불신을 자초하는 구습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도 진행중인 20여건의 민원중 상당수가 현행법으로는 처리가 힘든 것들이다. 이번 기회에 집단의 힘을 이용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