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꽃미남이 있다면 일본엔 초식남이 있다. 2006년 일본 여성 칼럼니스트인 후카사와 마키가 붙인 초식계 남자(草食系男子)를 뜻하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여성처럼 살아가는 남자랄까. 직장을 찾거나 연애와 성(性) 같은 것엔 관심이 없고 결혼해 애낳는 것에도 무관심한 사람들이란다. 밤이면 몸에 착달라붙는 옷을 입고 짙게 화장한 얼굴에 향수냄새를 풍기고 다녀 외모만 보아서는 남녀구별이 어려울 정도. 이들 초식남은 소변도 앉아서 보고 주로 엄마와 같이 살며 옷과 화장품에는 여느 여성 못지않게 돈을 물쓰듯 한다고 한다.

욕실전문용품회사인 마쓰시다 일렉트릭은 일본 성인 남성의 40%이상이 앉아서 소변을 보며 그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뿐만아니라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들은 남성이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되는 느낌이 있어서란다. 또한 이들 초식남은 일본의 경제성장을 일군 노년세대의 전사와 같은 투지와 직장·가족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거부하고 경쟁도 싫어하는 세대로 20~34세 일본 남성중 3분의2정도가 된다는 사실이고 보면 그 비중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이에대해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초식남의 발생은 일본의 경제성장 및 퇴락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들은 노년세대가 열심히 일했으나 결국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데에 실망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초식남들은 설사 결혼해도 남자만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으며 가사도 나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 남성들은 과거 남성우월주의·성차별주의자라는 악명이 높았으나 이제는 가사를 돕는 긍정적인 사고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밝힌 일본의 상대적 빈곤율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라는데서 찾을 수 있다. 주간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35세중 80%이상이 가난의 기준으로 보는 연봉 200만엔 수준이라는데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까운 이웃의 문제지만 우리에겐 이같은 문제는 없는지 눈여겨 살펴 볼 때다.





김화양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