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호(시사평론가·언론광장공동대표)
신문시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그럼에도 거대신문의 불법판촉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이에 맞서 한 동안 뜸하던 시민단체의 불법판촉 감시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양상이다. 또 신문판매를 대행하는 신문지국장들이 시장 정상화에 나설 움직임이다. 여기에다 친여신문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불매운동도 개시됐다.

다매체-다채널의 시대를 맞아 신문시장의 위축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시각적-입체적인 영상매체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활자매체를 기피하는 추세다. 인터넷이 신문의 영역을 급속하게 침투한다. 신문은 독자가 배달을 기다려야 하지만 신속성이 뛰어난 인터넷은 항시 독자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또 독자의 참여성을 보장하는 양방향성을 지녔다.

그래도 역사성, 이동성, 간편성을 지닌 신문은 여전히 권위를 자랑한다. 그런데 한국의 신문시장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언론재단이 조사한 바 신문구독률이 1996년 69.3%에서 2008년 36.8%로 격감했다. 매체환경 변화의 탓이 크나 이보다는 신문은 공짜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혔기 때문이다. 가치중립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이념으로 재단해 정파성이 넘쳐난다. 이념 과잉이 독자이탈을 가속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시장쟁탈전이 벌어진지도 20년이다.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져 자전거, 비데 따위로 경품이 고가화하고 무가지 살포기간도 반년으로 늘어나더니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다. 지금은 상품권도 아닌 현금을 뿌린다. 금액도 점차 고액화해 아파트단지에서는 10만원도 준다. 공짜기간도 장기화해 1년으로 늘어났다. 조·중·동은 스포츠신문까지 끼워 준다. 경품과 무가지를 포함해 연간 구독료의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신문고시가 사문화된 셈이다. 남의 독자를 약탈적으로 뺏어가니 자금력이 취약한 신문사들은 견딜 방도가 없다. 발행지역이 제한된 지역신문의 형편은 더욱 어렵다. 지난해 34개 신문사 매출액이 2조2천54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천102억원이나 줄었는데 조·중·동 3사의 감소액이 818억원이나 된다. 친여지 3사가 도끼로 제 발등만 찍은 게 아니라 남의 것도 찍은 꼴이다.

그런데도 불법판촉은 더욱 극성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5월 불법경품실태를 조사한 바 조선·동아일보는 100%, 중앙일보는 96.7%가 신문고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시장파괴를 방관해오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술 더 떠 아예 합법화를 획책한다. 지난해 신문고시 폐지를 기도하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드세자 경품한도를 크게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이것은 자본우위의 3사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의도이외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신문판매·배달을 맡은 신문지국은 신문사의 하부조직이 아닌 독립적 사업자이다. 본사에서 불법판촉자금을 거의 대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목표부수를 강제로 할당하고 실적이 부진하면 지국경영권을 박탈하는 횡포를 일삼는다. 누적적자에 시달려 자살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신문지국장 모임인 전국신문판매연대가 견디다 못해 시민단체와 함께 일어날 태세다. 7월부터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본사에 대항해 시장정상화 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 지국장끼리 손잡고 공짜신문, 돈 안주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한테는 불법판촉 단속을 압박해 나갈 방침이다.

공짜도 모자라 돈까지 얹어주는 신문이 권위를 떨어뜨린다.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포기한 채 이념공세로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보도행태가 신뢰에 먹칠한다.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광고주 불매운동이 촉발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멸의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거대신문이 앞서 불법적 판매행위와 정파적 보도행태를 반성하고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