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뚜렷하다.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냐보다 수치상 앞서고 있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정책이 아닌 단지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케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수치가 높아지면 국민들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신뢰를 회복해 가고 있는 증거라는 식이다. 한 언론기관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에 열세를 보이던 민주당 지지도가 10.4%포인트 수직상승, 10%포인트 낮아진 한나라당을 추월했다는 결과를 발표해 진위에 대한 양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후 두 당이 지지율을 놓고 벌이는 날선 신경전은 측은할 정도다. 한나라당은 일련의 조사에서 재역전해 10%포인트 이상 앞섰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권역·계층에서 민주당이 폭락하고 자당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 이유로 광장정치를 들고 있다.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 해결해야 할 민생·경제 현실을 저버렸다는 논리다. 민주당도 여론조사 결과로 맞대응하고 있다. 2005년 4·30보선 이후 4년만에 역전한 지지율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자신한다. 6월 임시국회 공전책임을 묻는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65.5%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라고 답했고, 지난주 같은 조사에 비해 7%포인트 상승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모두 현실을 외면하는 아전인수격 해석의 논리를 들이대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방편에 불과하며, 이를 관심있게 관전하는 측은 두 당과 관계가 있거나 언론 정도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많은 국민들도 안다. 지지하는 정당보다는 어느 당이 그나마 나은가를 저울질하는, 기댈 정당을 찾기 힘든 현실을 내심으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여론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은폐하려는 정치권과 여론 주도층의 행위가 오히려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를 공기총으로 살해하는, 부모를 모시지 않으면서 가족수당을 타고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지급돼야 할 사회복지 보조금을 빼돌리는, 재개발 철거현장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신문법, 4대강 정비사업, 남북관계 등 정책에 대한 이견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이 가정을 다스리고, 가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로 해석된다. 핵심은 수신에 있다. 나라가 국민이 잘사는 길의 근본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수신이 되면 제가와 치국, 평천하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몸가짐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말함이다.
친노 일각에서 신당 창당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 국민참여 정신을 살려 보자는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해오던 '고민'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또 하나의 권력 집단화해 국력의 사분오열을 걱정하게 하는 새로운 조직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 지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향타를 찾아 제시하려는 노력이 더 간절한 시점이다. 제가치국평천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수신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사람이 수신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미래는 밝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