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언항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장)
50대 중반에 당뇨병으로 시력을 잃은 친구가 있다. 볼 때마다 안타깝다. 나이 들어 시력을 잃으니 재활훈련도 여의치 않아 외부 출입이 어렵다. 그러니 경조사에 부인이 홀로 참석을 한다. 짝 잃은 기러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최근 당뇨병 환자가 정기적으로 의사를 방문하여 망막 검사를 받고 이상이 있을 때, 적절한 치료를 하면 시력을 잃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친구에게 망막검사를 강력하게 권유하였을 터이고 그랬더라면 좋아하는 등산을 우리와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을 생각하면 후회막급이다.

보건의료분야에 30여년 이상 근무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부가 실명예방사업을 전개하여 보건소나 학교에서 지역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눈 건강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을 터인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시각장애인의 75%가 예방이나 치료를 통하여 막을 수 있다고 한다. 2007년 등록된 시각장애인구가 21만명이니까 이중 약 16만명이 시각장애인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력을 잃으면 직장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소득이 없어지면 결국은 정부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일상생활의 제약으로 인한 본인과 가족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운동부족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의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시각 손실로 인한 평생 소요 비용은 6천5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노령화에 따라 시력을 잃는 3대 질환인 당뇨망막증, 황반변성, 녹내장이 크게 늘고 있다. 1997년에 2만7천명에 지나지 않던 시각장애인이 10년만에 8배인 21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런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에는 눈 건강을 위한 전담 과(課)도 없다. 기껏해야 민간 재단을 통하여 노인과 취학 전 아동에 대한 안 검진 및 개안수술 정도다.

늦었지만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당뇨 합병증인 망막질환으로 인한 시력 손상이 가장 많은 만큼 먼저 국민들이 당뇨병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하여 시력을 잃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는 약 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정기적으로 망막검진을 받는 환자는 불과 38%에 불과하다.

안과학회에 따르면 15세 이하 어린이들이 막대기, 나뭇가지, 주먹싸움, 유리, 장난감, 부메랑 등에 의한 사고로 시력을 잃는다고 한다. 부모와 교사가 적절하게 지도하면 많은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교과서에 눈 사고 예방 항목을 두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보건소 사업에도 눈 건강사업이 포함되어야 한다.

최근 노령화에 따라 황반변성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치료제인 '루센티스'라는 주사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어도 검진비를 포함하여 70만원 이상을 내야한다. 환자 대부분이 소득이 없는 60대 이상인 것을 감안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를 예산으로 지원하여 시각 손실을 막는다면 시각 장애인이 된 후 생존기간 동안 본인과 그 가족에 대하여 생계비 지원을 하는 것 보다 훨씬 국가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06년 제59차 총회에서 회원국이 실명 및 시각손상에 대한 예방사업을 적극 수행할 것을 결의하였다. 회원국들은 매 3년 마다 자국의 사업실적을 모니터링 하여 총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늦었지만 WHO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