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남궁은숙)은 죽기로 결심한다. 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옆에 두고 인터넷 검색창에 '안 아프게 죽는 법'을 처넣는다. 몇 가지 방법을 찾아보고는 '최대한 안 아프게 죽는 법'을 다시 찾는다.

   영화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것들'은 자살을 결심한 여자의 딱 하루 동안의 시간을 따라간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스피노자를 떠올리며 "그렇게 할 일이 없었나"라고 했던 수연은 정작 죽겠다고 결심하고 남은 하루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아끼는 옷과 구두, 가방을 친구에게 남기고 어머니에게 마지막 전화를 하고, 방 청소를 하고 설거지, 빨래도 마치고 나니 정말 할 일이 없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진주로 출연한 남궁은숙이 주인공을 맡아 상대 배우도 대사도 거의 없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주인공의 독백과 배경 음악이 나머지를 채우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공감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연이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마땅한 계기가 없다는 것이다. 젊고 예쁜 수연은 직장도 있고 아담하지만 번듯한 집에 혼자 산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가족 간 불화나 직장에서의 어려움, 연애 문제 어느 것도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혼자 살면서도 채소와 과일로 만든 샐러드와 계란 프라이, 토스트, 주스로 아침을 챙겨 먹고 애완견과 관상어를 기르며 꽤 많은 화초도 잘 기른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의미한 일상은 눈앞에 닥친 고난만큼이나 삶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연이 내뱉는 독백에는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는 사람의 절박한 고민이나 성찰이 묻어나지 않는다. 그저 철없는 20대 아가씨의 투정처럼 들린다.

   충동으로 자살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세태를 꼬집으려 한 의도였다면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대사가 없는 만큼 배우의 표정 연기나 독백이 감정을 전하는 데 더욱 중요하지만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느낌이고 배경 음악도 과도하게 화면을 덮어버린다.

   2007년 섹시 코미디 '내 여자의 남자친구'로 데뷔한 박성범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웹하드나 P2P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도 동시에 개봉된다.

   7월 9일 개봉. 상영 등급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