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철 (국회의원(한·평택갑))
최근 국내 유수의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사회갈등이 심한 나라며 이에 따른 손실비용이 놀랍게도 GDP의 2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갈등지수가 OECD국가 평균수준으로만 떨어져도 1인당 GDP가 5천달러나 올라간다고 하니 그 손실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손에 잡힐 것이다. 우리가 이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는 것은 짐작도 못했던 일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는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강경 노조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있고, 국회의사당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죽기살기로 국회 개회에 반대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40일 동안 차량을 한대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회가 닫힌 상태로 긴급한 민생법안들이 낮잠을 자면서 국가적,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 어찌보면 '손실비용 GDP 27%'라는 엄청난 수치가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다.

성숙한 시민사회라면 물리적, 폭력적 방법이 아니라 타협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사회 갈등분야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기초적인 것은 법과 질서의 존중이다.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인가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공권력을 경시하는 풍조가 사회적 병리현상이 아닌가 싶을 만큼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작년 촛불시위에서 보듯이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에 나와 대낮에 경찰관을 두드려 패고, 취객이 파출소에 들어와 제멋대로 행패부리는 일이 거리낌 없이 행해지고 있다.

법질서 위에 군림하려드는 극단적 행동이 줄어들지 않는 한 사회갈등 해소는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도의 경우 불법·폭력집회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대한민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1년간 일반회계 예산규모와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무집행방해사건 발생수치 자료를 보니까 2004년 6천877건이던 것이 2007년에는 1만1천934건으로 3년 사이에 무려 73%나 증가하였다. 한마디로 경찰관이 곳곳에서 행패를 당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다.

필자도 경기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장에서 '매맞는 경찰'의 모습을 절대로 보여줘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질타를 하고 폭력집단에 엄중히 대처할 것을 주문하였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부메랑이 되어 그 폐해는 전적으로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공무집행방해죄'를 추가하여 상습적, 집단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자에 대하여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또한, 경찰 공권력이 손실보상에 대한 두려움에 방해받지 않고 행사할 수 있도록 이번 18대 국회에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법에 의한 처벌의 강화가 능사는 아니지만 한계수위를 넘어서는 공권력 경시풍조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선진국치고 공권력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나라가 없고 후진국치고 법질서가 흐트러지지 않은 나라가 없다. 공권력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법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는 '사회갈등 손실비용 GDP 27%'는 쉽게 줄여 나가기 힘든 수치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반드시 새겨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