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을용 (인천소방안전본부 예방안전과 홍보팀장)
기상청이 올해부터 장마철 예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주간예보와 같은 단기 예보를 강화해 장마 예측성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장마 양상을 보면 '장마'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예측이 힘든 국지성 폭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피해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마라는 표현 대신에 아예 아열대 지방에서 사용하는 '우기(雨期)'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찌 됐건 요즘 기상이변으로 인한 기상재난시대에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예방 조치일 것이다. 우리는 재난 때마다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에 기인한 것을 확인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이에 인천소방안전본부에서는 풍수해 대비책을 마련해 사전 조치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재해위험지구, 소하천 등 관내 취약시설 889개소 가운데 중요 32곳을 점검했다. 소하천 내 하상정비, 퇴적토 준설상황, 배수문 작동상태, 대규모 공사장의 수방자재 보관 등 34건을 정비 완료했다.

또한 인천시내 급경사지 132곳 중 위험도 '보통' 이상 46개소에 대한 긴급점검을 벌였고 곧 응급보수와 위험표지판 설치 등 안전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기상으로 인한 재해처럼 오랫동안 경험해 왔던 위험 앞에서 우리는 늘 과신에 빠지기 쉽다. 실례로 1999년 미국 남동부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플로이드'로 인한 사망자 70%가 차량 안에서 익사했다. 이 정도의 물 속은 쉽게 뚫고 운전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과신한 탓이었다고 생각한다.

호우가 예상될 때 물에 잠긴 도로를 걷거나 자동차 운행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어렸을 적부터 익히 듣고 배워온 사실이지만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집중호우에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민들 스스로 예방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에 다음의 대응수칙을 제안한다.

첫째 호우가 예상될 때 물이 흐르는 지역과 물에 잠긴 도로를 걸어다니거나 자동차 운행은 절대 금물이다. 차량은 잠수교를 피하고 저단기어로 이동해야 한다.

둘째 아파트나 고층건물 옥상, 지하실 및 하수도 맨홀을 가까이 하지 말자. 평소 주택의 하수구와 집 주변 배수 상태를 점검하길 바란다.

셋째 침수나 산사태 위험지역에 사는 주민은 대피장소와 비상 연락방법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응급약품, 손전등, 식수 등은 미리 준비해 두자.

넷째 집중호우로 하수도 물이 역류한다면 상수도 오염에 대비해 미리 욕조에 물을 받아두어야 한다. 대피를 할 상황에는 수도와 가스밸브를 반드시 잠그고 전기차단기는 내려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물이 빠져나갈 때에는 15㎝ 깊이에도 휩쓸려 갈 수 있으므로 들어가지 말자. 홍수가 지나간 곳은 도로가 약화되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통행에 주의를 기울이자.

해마다 겪는 풍수해이지만 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의 마음으로 미리 준비한다면 올 여름 풍수해와의 전쟁에서 슬기롭게 이겨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