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는 갈등지수가 0.71로 평균(0.44)을 크게 웃돌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4위라는 경제선진국이 사회적으로는 후진국 주위를 맴돌며 벗어나지 못하는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OECD가 낸 중장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실질 GDP 증가율이 2011~2017년 평균 4.9%를 기록하는 것으로 돼 있다. 룩셈부르크(5.5%), 슬로바키아(5.3%)에 이어 회원국 중 예측순위 3위다. 상당히 고무적인 보고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업순위도 GDP와 비례해 2010년 3.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데 이어 2017년에는 3.5%까지 떨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멕시코(3.2%)에 이어 두 번째로 고용 형편이 좋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사회갈등이 심할수록 그 비용, 즉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사회와 경제적 연관성에 대한 분석에 비춰 한국의 사례는 비정상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사회적 갈등에 따른 우리나라의 국가적 비용 부담은 GDP의 27%에 달한다는 분석에서 보듯 긍정적인 경제수치도 예측에 불과, OECD 전망이 전망으로 끝날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피곤지수는 얼마나 될까 따져 보면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많은 국민이 매우 심각하다고 느껴 온 것이 사실이다. 민주공화국을 앞세운 스트레스공화국으로 사회적 갈등이 주요인이라 할 것이다. 경제적 수치가 선진국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갈등에 의해 불안 쪽에 더 가까우면 대한민국을 떠받들고 있는 지반이 취약해져 모든 수치가 허무로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갈등은 상대가 있으며,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이를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수치는 조사와 분석의 산물로 국민 다수를 현혹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종합적인 사고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국회 등 사회 지도층은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을 수치로 현혹해 설득하려 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쌍방향 소통이 끼어들 틈조차 찾기 힘든 갈등만이 보이는 상황에서 경제수치는 믿음이 안 가는 사치일 수 있으며, 이것이 과하면 작은 것에는 눈도 끔적하지 않는 무감각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음이다. 웬만한 상황변화에는 기대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여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충고의 말이기도 하다.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는 인내천에 답이 있는 듯하다. 보여주기 위한 계산된 수치보다는 국민의 뜻을 올곧이 받들고 국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려는 최선의 자세를 보일 때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고,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