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중략>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단추라는 시는 교시적 기능으로 내게 충격을 안겨준 시다. 잘못된 단추 하나가 질서를 파괴하고 삶을 헝클어 일어나 서질 못하게 한다. 첫 단추가 마지막까지 실패로 이어지는 것이 단추라는 운명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단추의 행방은 오래도록 방황을 일으킨다. 달랑달랑 매어있는 단추의 외로움, 그 달랑 매어있는 단추는 공간을 주기도 하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제는 좀 더 실패하지 않아야지…. 이젠 좀 멋있게 살아봐야지. 이젠 사업도 되겠지…. 인생 뭐! 있냐구? 소리쳐도 단추의 끈은 단단해야만 한다. 우리는 도회의 삶들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허덕일 수밖에 없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서 긍정적인 생각과 의지로 힘겨운 현실을 이겨낸다고 하지만, 처음 시작한 일들이 단단한 매듭에서 풀리면 그 다음은 더 쉽게 풀리는 법이다. 희망이라는 것, 오늘보다는 내일을 밝게 만들어 가야하는데 첫 행방을 놓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박병두 / 시인 중략>천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