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현 (인천 서구 검암중학교 교감)
나는 인천광역시 시민이다. 남구 간석동 홈플러스쪽에서 십정사거리로 진입하는 도로에 편도 차선이 전부 4개가 있다. 현재 1차선은 좌회전 표시가 그려져 있고, 2·3차선은 직진, 4차선은 직진과 우회전을 하도록 차선에 방향 표시가 되어 있다. 출근시간(오전 7시30분경)에 보면 좌회전을 위해 대기하는 차량은 1, 2차선에 걸쳐 한 신호를 다 채워야 지나갈 정도로 많지만, 부평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은 3차선 한 차선도 반밖에 안되게 서 있다. 이는 가좌 IC로 진행하는 차들이 많아서이다. 그런데 도로에는 1차선에만 좌회전 표시가 되어 있어 2차선에서는 좌회전을 하면 불법이 된다.

도로에 차선을 긋는 것이 경찰담당인지 구청 담당인지 잘 모르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사고 예방도 하고, 많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길은 사람이 다니면 길이 된다. 2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2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도록 허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하이패스 차로에서의 교통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하이패스를 통과할 때 제한 속도는 30㎞이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이 제한 속도를 어기고 과속으로 통과하다 보니 하이패스 오작동으로 갑자기 멈춰 선 앞 차를 피하지 못하고 사고가 자주 난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 하이패스 통과 지점 바로 앞에 속도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면 이 사고는 쉽게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벌금을 낼 것을 알면서 과속으로 하이패스 지점을 통과할 것인가?

현 대통령이 처음 해결한 부조리가 대불단지 내 전봇대를 치운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해도 무심한 공무원들의 눈에 띄지 않던 것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바로 없어졌다. 그러나 어디 뽑혀져야 할 것들이 대불단지 내 전봇대뿐인가? 국민의 생활을 책임진 모든 공무원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국민의 불편을 덜고, 법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는 부조리한 것들이 하나 둘인가? 국민이 법을 지키지 않도록 하고, 국민을 그물질하는 것은 예부터 성인들이 경계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없이 만들어진 법들이 만들어질 당시만 요란하게 집행되다가 언제부터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바뀐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법을 어기지만 어쩌다 단속원의 그물질에 재수 없게 걸린 사람들만 법을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되레 억울함을 호소할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은 멀고, 목소리 큰 사람이 최고라는 말이 우리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되었다.

서양의 어느 학자가 한국이 눈부신 경제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쉽게 접어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우리 국민의 도덕적 수준 때문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 상승한 수준만큼 국민의 의식수준이 향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호 대기로 서 있는 앞 차창으로 담배 연기가 새어 나온다. 이윽고 파란 신호가 떨어지자 차창 밖으로 내민 손으로부터 담배꽁초가 도로로 떨어진다. 불쾌하기가 그지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뒤에 있던 차에서 왜 빨리 출발하지 않느냐고 경적을 울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