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전인 조선시대에도 부모들의 교육열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교육기관인 서당이 마을마다 있었다. 양반이나 부잣집에서는 독선생(獨先生)을 앉혀 과외를 시켰다.
최근 정부가 교육을 바로 잡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대학입시 제도도 또 손을 보고 사교육을 때려잡겠다고 나선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주도해 지난달 '중산층 서민경제 위협하는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토론회도 열었다.
교육에도 무시무시한 전쟁이 벌어지게 됐다. 범죄와의 전쟁, 무질서와의 전쟁, 조폭과의 전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등등 너무나 전쟁이 많다. 그렇다고 그동안 이같은 무시무시한 전쟁에서 이긴 것은 하나도 못 보았다. 모두가 엄포로 끝났을 뿐이다.
곽 위원장은 "수만의 학원 종사자가 반대해도 1천만 이상의 학부모와 학생이 우리 편에 있다"면서 과열입시를 부추기는 학원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고 했다. 황산벌 전투에 나서면서 가족들을 죽인 계백장군의 의지를 보는 것 같다.
이 같은 정책의 배경에는 '중산층 살리기'가 자리한다. 중산층 가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줄이기가 어려운 부분이 사교육비라며 경제위기 속에 학원을 때려잡으면 중산층이 살아난다는 논리다. 사교육비는 중산층의 원수가 됐다. 그럴듯 하다.
학원을 때려잡으면 오히려 강남부자와 이에 버금가는 상류층의 음성적인 '독선생 모시기'는 더욱 창궐할 것이다. 그나마 식당일에 심지어 허드렛일을 하면서까지 번 돈 몇 십만원을 갖고 학원다니는 것도 어렵게 만들 것인가? 그러면서도 자사고 자율고 국제고 영어몰입교육 등 사교육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은 이 정부에서 지속된다. 외고와 과학고를 가기 위해 어려서부터 과외를 받는 게 현재의 교육정책이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부르짖으면서도 학원을 때려잡는다고 우리 교육이 바로 선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큰 오산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과정에선 학생들마저 거리로 나와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고, 지난 5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반(反) MB교육정책'을 모토로 내건 김상곤 교수가 당선된 것이 이 대통령의 '위기감'을 고조시킨 것일까?
서민출신, 환경미화원 대선배, 노점상, 철거민, 비정규직 출신이라고 자처하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얼마전 여론조사에서 '부자를 위한 정부'라고 응답한 사람이 70%에 육박하는 게 현실이다.
몇몇 부도덕한 학원부자를 때려잡자고 서민층인 수만명의 영세 학원종사자를 내몰아서는 안된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처럼 과외금지의 극약처방이 있지 않고는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발상은 우스꽝스런 일이다. 교육의 판을 다시 짜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35년전 과열입시 방지와 사교육 줄이기의 일환으로 실시된 고교평준화 이후 사교육은 더욱 일반화됐다. 공교육의 현장인 중고교에서 특기적성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받고 보충수업을 시키면서도 담임교사는 학원과외를 권장하는 게 현실이다.
차라리 학력과 학벌의 차별없는 사회, 대학을 가지 않아도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급선무다. 대학입시를 단순화해 입학은 쉽게, 졸업은 대단히 어렵게 하는 선진국의 시스템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 사교육 때리기로 중산층이 살고 교육이 바로 선다면 어느 정부가 안했겠는가. 사교육의 목적은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더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 있기에 그 수요는 사라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