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입법시점부터 법시행후 2년이 되는 2009년 7월1일부로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되었었다. 행정당국인 노동부는 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책을 수립하려 했는지 현황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국회대로 입법기관의 소임을 망각한 채 유예기간을 놓고 줄다리기만 하고 있는 사이 수천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직장을 잃고 있다.
비정규직법은 1997년 IMF이후 급증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2001년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특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오랜기간 논의 끝에 정부안이 발표되었고,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의 극렬한 반대속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여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되었다. 비정규직법이 제정됨으로써 문맥상으로는 비정규직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호받게 되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에 있어서의 문제의 핵심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경우 그 근로자는 정규직화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있다. 이 규정은 오히려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사가 없으면 2년이내에 해고하여야 된다고 해석되는 것이어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에 의하여 비정규직이 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제정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었기 때문에 야합적 제정이라 할 수 있고, 또 이를 2년간 방치한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당국과 국회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제정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시행시기의 유예와 같은 임시방편적 조치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비정규직법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다. 때문에 원가절감과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사업자는 정규직조차 비정규직화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IMF당시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정규직을 정리해고후 동일한 업무를 보는 비정규직화 한 실례도 있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비정규직법이 제정된 것이라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첫째,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용하여야 하는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도록 한다. 둘째, 일정규모 이상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한시적으로 필요한 경우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도록 한다. 셋째, 상시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필요한 분야는 업무영역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
한편, 사용자 측에도 불황시 대처할수 있도록 정규직의 고용경직성이 완화되고 근로조건과 급여수준을 조정할수 있는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인간능력의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대형할인점에서의 바코드는 수십명의 노동력을 대신하며 대고객 서비스를 최대화한다. 여기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란 친절해 보이는 훈련된 미소와 바코드를 문지르는 보잘 것 없는 단순한 기능뿐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은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그만큼 인간의 노동력은 그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이를 막을 수는 없다. 넘쳐나는 잉여인력과 잉여인력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정부당국과 위정자의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문명의 이기를 소유할 수 있는 소수의 자본가는 과학문명의 발달이 주는 혜택을 향유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은 로봇화된 기계에 정규직을 양보하고 비정규직화 되고 기계의 보조자로 전락할 것이다.
1993년 발표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데몰리션맨'은 이를 경고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550만~850만으로 추산되어 노동인구의 35~45%에 이른다. 구조적으로 저소득층을 양산하게 된다. 저소득층에 있어서 노동문제는 가정유지의 문제이자 삶 그 자체이다.
노동문제를 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로 바라본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대부분 국민의 축적된 재산도 노동의 대가로 축적된 것보다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편승한 부동산가격의 상승에 기인한 바 있듯이 가난도 정부의 경제정책에 기인된 바 있을 것이다.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경제정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