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도 모르는 눈망울들이

에미 애비도 모르는 고아들이

담벼락 밑에 쪼르르 앉아 있다


애가 애를 배기 좋은 봄날

햇빛 한줌씩 먹은 계집아이들이

입덧을 하고 있다


한 순간에 백발이 되어버릴

철없는 엄마들이


- 민들레 /정병근


민들레라는 하나만으로 한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봄은 누구에게나 신선하며 새롭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찾아온다. 시인의 통찰력 있는 비유가 있다면 " 한 순간에 백발이 되어버릴/철없는 엄마들"을 직감하는 순간이다. 좌절과 불화의 언어가 가득한 작금의 현실 속에서 교감과 소통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민들레 같은 서정시는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밀실인 동시에 가장 널리 공감과 울림을 형성하는 탄력적인 지대일 것이다. 시인은 관조적이지만 이 세상의 거친 풍파 속에 잉태한 생명력에 더 바람을 넣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은 민들레의 숲을 만들어보자 퍼내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향기를 사람들의 가슴에 아름답게 심어주었으면 좋겠다.

/박병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