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크나큰 고통과 용기가 필요하다."(임순례 영화감독)
인천 출신이거나 인천에서 활동하는 명사(名士)들이 추천한 책·CD·DVD, 직접 쓴 메모를 전시하는 행사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동구 미추홀도서관 1층에서 진행 중인 '명사추천도서전'은 학술·문화·정치·교육·경제 등 각 분야에서 인천을 사랑하고 빛낸 53명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행사다.
인일여고를 나온 한영실 총장은 '장자의 도'(토머스 머튼)를 추천했다. 한 총장은 책 첫장에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가 인생의 지혜를 얻으시고 미추홀의 영예와 영광을 살리는 인물이 되시길 기원합니다"는 당부를 남겼다. 임순례 감독은 달라이라마와의 대담이 담긴 '용서'(빅터 챈) 첫 페이지에 "(용서는)사랑과 자비와 지혜가 되어 내게 돌아오는 귀한 존재"라고 적었다.
미추홀도서관은 올해 개관(6월 23일)을 앞두고 지난 4월부터 명사추천도서전을 기획했다. 인천에서 태어났거나 인천 시민 중 각계각층에서 뜻깊은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이메일과 공문을 보내 추천도서 선정을 요청했다. 미추홀도서관은 추천도서를 구입해 택배로 추천자에게 보내 서명과 짧은 소감을 받았다.
인화여고 김영미 과학부장은 올 초 한국청소년물리토너먼트(KYPT)에서 동상을 수상한 1학년 학생 5명을 지도한 물리교사다. KYPT 수상은 전국의 과학고, 자립형 사립고, 비평준화 고교 학생들과 겨뤄 이뤄낸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김영미 교사는 학생들에게 '생의 한가운데'(루이제 린저)를 추천했다. 그는 학창시절에 이 책을 읽고 "모방심이 강했던 십대, 한 여자의 삶이 결코 백화점 진열품처럼 격식화된 것이 아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스테디셀러 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씨는 '한티재하늘'(권정생)을 추천했다. "이 땅의 이름없는 민중들의 질기고 질긴 삶을 진솔하게 담은 귀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인천시 과학기술상 기술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윤두현 에이티아이(주) 연구소장은 '21세기를 여는 대화'(아놀드 토인비)를 골랐다. "삶과 우주에 관한 생각이 더욱 넓어지는 것을 느끼며, 이 책에서 21세기의 희망을 봅니다"는 말을 기록했다.
김영란 인천여성회 대표는 "절망의 반복이 언젠가 희망이 된다는 성찰을 얻었다"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을 선택했고, 김광식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영의 마음가짐'(마쓰시타 고노스케)을 골랐다.
일부는 음악·영화를 추천했다.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2호 단소장인 김한중씨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이 수록된 '수제천(壽濟天), 별곡(別曲)'(국립국악원) CD를 소개했다. 인천지법의 이광일 국선전담변호사는 '사랑하기 때문에'(유재하) CD를 골랐고, 연예인 이혁재씨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DVD를 추천했다.
미추홀도서관의 한신자 자료보전팀장은 "각 분야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곧 인천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명사'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 애초 계획한 100명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추홀도서관은 명사추천도서전을 오는 31일까지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