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5년 창립해 올해로 개점 45주년을 맞은 미추홀신협은 그 역사만큼 변화무쌍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청소년공부방, 무의탁 노인 무료급식소, 영화감상실 등 지역민들을 위해 미추홀신협이 본점 곳곳에 조성한 복지 공간은 열 손가락을 넘을 정도다.
미추홀신협은 지난 5월, 보다 열린 금융기관이 되겠다며 지역명을 띤 옛 이름(산곡신협)을 벗어 던지고 재탄생했다. 이곳은 올 연말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또 한 차례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00여명의 지역사회개발위원을 멘토로 두고 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을 연구하며, 진정성이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 남다른 여신, 고집 있는 수신
미추홀신협은 대출시 급여 등 개인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신용 평가 항목보다 중요시 여기는 항목들이 있다. 해당 고객이 지역에서 거주한 기간 및 직업에 대한 성실도, 영업 행태, 소비 성향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추홀신협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신용도가 다소 낮더라도 이들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조합원에게는 1천만원까지 신용 대출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같은 마을에서 가족처럼 지낸 서민과 소상공인들에게 어려울 때 손길을 건네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 곳만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미추홀신협은 서민과 소상공인들에게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서민들이 살림을 키울 수 있도록 종합 카운셀러 역할을 한다. 미추홀신협 직원들은 웬만한 법률, 행정 상식을 마스터하고 있다. 신협은 자체 상식 매뉴얼을 개발해 직원 교육을 시킨 뒤 금융 창구에서 각종 상담을 벌이고 있다. 즉시 답변이 힘든 전문 상담이 접수될 경우에는 변호사 연계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보통의 금융기관들이 거액의 돈을 예치하는 고객만을 VIP로 존중하는 시대, 미추홀신협에는 서민을 위한 VIP금융 서비스가 있다. 바로 이동금고 서비스다. 과거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은 고객 관리 및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해 이동금고를 경쟁적으로 운영해 왔다. 온라인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이동금고는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지만 미추홀신협은 고집스럽게 45년째 이동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 복지사업에 트렌드를 입히다
미추홀신협은 현재 헬스다이어트 클럽 및 에어로빅 교실, 가족영화감상실, 수지침교실, 주부노래강좌 교실 등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운영하고 있는 묏골 마라톤 동호회는 해마다 10여차례의 크고 작은 대회에 참가, 상위권을 점령하며 생활체육 프로그램 수준을 높이고 있다. 또 청천지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미니 도서관은 마을에 책 읽는 문화를 형성하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왕성한 문화체육사업을 벌이고 있는 미추홀신협은 이같은 사업도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편리함과 일시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뛰어넘어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해결하는 활동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미추홀 신협은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편부모 가정의 자녀 교육과 고학력 주부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선구 이사장은 "지역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현장을 발굴하고, 먼저 대안을 제시해 인천이 복지도시로 부상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