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번화가를 걷다 보면 자칫 뚱보와 부닥쳐 넘어지기 일쑤이고 미국 어디서든 열리는 점보(뚱보) 콘테스트 응모자들을 보면 벌어진 입이 닫히지 않는다. 최고 TV 인기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도 예비 뚱보에다 단골 메뉴도 뚱보 이야기, 단골손님 오즈 박사의 상담 테마도 단연 '살 빼기 전술'이다. 뚱보→홀쭉이 비결의 저서는 베스트셀러가 되고 살 빼는 비결은 '첨단기술'로 각광을 받는다. 옛날엔 뚱보가 부(富)티의 상징이었고 중세유럽만 해도 뚱보가 이상형이었지만 오늘의 뚱보는 고통과 설움 덩어리다. 1996년 베네수엘라의 미스 유니버스 앨리샤 양은 체중이 늘어 왕관 박탈 압박에 시달렸고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뚱보는 탑승권 두 장을 사도록 결정했던 게 2002년이었다.
미국 뚱보들 수난은 나날이 도를 더해간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그레이(49) 아줌마는 아들 드레이퍼(14)의 체중이 251㎏이 되도록 방치했다는 이유로 지난 달 경찰에 체포됐고 미 공중보건을 총 책임지는 공중위생국장에 엊그제 임명된 벤자민 박사(흑인 여성)는 '저런 뚱보에게 국민 건강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뚱보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 괜찮은 편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