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또 하나의 언론환경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극우족벌신문의 존재다. 이들은 국내 신문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극우보수 지향적 여론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지상파방송에 진입하여 방송을 장악하는 경우 이 나라의 여론은 극우족벌매체가 독과점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에 대한 위협요소는 정권, 자본(재벌) 그리고 극우족벌신문이다. 한나라당이 신방겸영의 구실로 주장했던 경제살리기, 일자리 창출, 여론의 다양성 존중 등의 기만성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말 한 마디로 극명하게 밝혀졌다. 방송법 개정은 조중동에게 방송을 넘겨주기 위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이 원하는대로 방송법이 효력을 발생하는 경우, 신문과 자본은 지방방송을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소유·경영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경우 지방의 이야기 없는 지방방송의 시대, 지방암흑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헌법 제49조와 국회법 제109조는 투표절차를 거친 법률안이 가결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요건을 2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1단계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투표, 2단계는 투표의원 과반수의 찬성이다. 이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이라도 채우지 못하면 그 법률안은 부결되는 것이고, 부결된 법률안은 폐기된다. 여기에는 불문의 헌법원칙인 일사부재의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같은 회기에서 다시 투표할 수 없으며, 다른 회기에 다시 법률안을 제출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 투표절차를 보면 의사를 진행한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개시선언을 하자 의원들의 투표가 진행되었고 이어서 투표종료선언이 있었다. 투표가 유효하게 성립한 것이다. 재적의원 294명의 과반수는 148명인데, 투표에 참여한 수는 145명이었다. 따라서 부결된 것이다. 그런데 이어서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가 불성립했으니 재투표하기 바란다'고 말하고, 재투표한 후 가결되었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투표는 불성립한 것이 아니라 성립한 것이고 법률안은 부결된 것이다.
국회법은 딱 한 군데 제114조 제3항에서 재투표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투표의 수가 명패의 수보다 많을 때에는 재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방송법안 투표는 전자투표로 행해졌기 때문에, 이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전혀 없다.
따라서 재투표는 헌법원칙인 일사부재의원칙과 국회법을 위반한 불법이었다. 방송법 개정안은 투표한 그 날로 폐기처분된 것이다. 따라서 날치기 '통과'라는 말도 성립할 수 없다. 방송법안 재투표, 그것은 이명박 정권에 의한 '입법테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