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만(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비정규직 법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의 권익보호를 위해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위원회법'을 재개정한 법안을 일컫는다. 이 법에 따르면 독자들도 알다시피 비정규직 채용 후 2년 이상이 경과하면 사용주는 고용의무를 지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줘야 한다. 이같이 법의 취지는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히려 우려한 바와 같이 사용주가 2년 이내에 언제든지 해고를 할 수 있어 고용불안이 가중되었고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부정적인 면만 증폭되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었는데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이 법안의 문제점이라 하겠다. 문제를 해결키 위해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자꾸 호도하는 방향으로, 즉 기간제한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문제해결이 아닌 문제를 잠시 유보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술 더 떠 정부는 비정규직법안의 기간연장을 위해 백만해고설을 들먹이며 그리고 공공기관은 정부의 비위를 맞추기라도 하듯 비정규직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그럼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물론 경제가 잘 돌아가 완전고용을 이룰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문제가 해결 될것이다. 그러나 자연실업률이 3%대를 유지하고 있고 현재와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완전고용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기간연장의 미봉책이 아니라 사유제한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즉 비정규직을 채용하는데 사용사유를 제한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상시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하고 결원대체, 계절적일자리, 계약기간이 정해진 임시적인 사업 등등의 임시적 업무에 한해서 비정규직을 고용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기간제한만 할 경우 대다수의 노동자가 주기적으로 해고를 당하게 되지만 사유제한을 하게 되면 적어도 상시적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해고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협약에 따른 권고 166호에서도 '기간제 계약의 채용은 작업의 성질, 조건이나 근로자 이익의 합치 등 일정한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고, 합리적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현재 많은 OECD국가들이 사유제한을 하고 있으며 특히 기간제가 많았던 경우 대부분 사유제한을 통해 규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에 여야가 지난 4월 국회에서 편성한 추경에서 합의한 정규직 전환 지원금 1천185억원도 빨리 집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 지원금이 집행되면 사업주는 비정규직 1인당 25만원씩 지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1년에 1조5천억원이면 약 30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데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의 예산 22조2천억원에 비하면 15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같이 우리 주변의 비정규직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고용 불안과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저임금과 차별의 고통이다.

특히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76%가 기혼으로 배우자의 실직 또는 편모가정의 가장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이들의 4대 보험가입률은 약 30%에 그쳐 실직한 경우 곧 가정의 생계위기로 이어진다. 또 최근 경제위기로 사라진 일자리중 75%가 여성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안대로 기간연장의 경우나 유예시 과거 이랜드나 KTX여승무원 사례에서 보았듯이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는 노동시장에서 우선 퇴출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앞으로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 마트아줌마들이 "법은 몰라. 그래도 맘 편하게 일하게 해달라"고 하듯, 불안하지 않은 직장생활을 바라는 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