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시민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진 승기천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나 시는 승기천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려고 각종 사회단체와 통반장들을 무리하게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 3일 악취가 진동하던 승기천이 5년 7개월만에 도심 속 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새롭게 조성된 승기천 자전거길을 따라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 도심 속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으로 = 악취가 진동하던 승기천이 5년 7개월만에 도심속 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인천시는 남동구 구월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부근에서 남동유수지까지 6.2㎞ 구간에 대한 '승기천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를 끝내고 3일 기념식을 열었다.

승기천은 각종 오·폐수가 유입돼 늘 악취가 심한 '죽은 하천'이었다.

인천시는 하천살리기추진단을 구성해 민·관 합동으로 '도심속에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이란 주제를 정해 승기천을 복원했다. 2003년 12월 시작된 공사에 모두 379억원을 투입, 승기천을 자전거도로·산책로·분수대·야외공연장이 설치된 작은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악취를 막기 위해 그동안 승기천에 유입된 생활 오폐수를 승기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해 처리했다. 갈대와 버드나무 등을 심어 철새가 날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승기천의 하천유지용수는 만수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방류수를 사용한다. 승기천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남동구 만수2동에 사는 오용섭(68·여)씨는 "예전에는 썩은 물이었다. 이렇게 보기좋게 변할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윤영옥(58·여·남동구 구월3동)씨는 "막상 와서 보니 냄새도 안나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 됐다"며 "앞으로 이곳에 자주 찾아올 것 같다"고 했다.

▲ 승기천 준공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려고 각종 사회단체와 통반장들을 무리하게 동원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시민들이 기념식장을 메우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 동원된 축하, 반복된 구태에 의미 퇴색 = 인천시는 승기천 자연형 하천공사 준공 기념식에 3천명을 모은다는 목표로 한 달 전부터 '시민동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환경 관련 단체에 인원을 할당하고, 구청에 공문을 보내 시민을 동원한 사실이 3일 확인됐다. 최대한 사람을 많이 끌어모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시 목표치의 절반정도인 1천500여명이 자리했다. 녹색 조끼와 어깨띠를 착용한 사회단체 회원들이 많은 게 눈길을 끌었다.

기념식 현장에서 만난 한 사회단체 대표는 "우리는 기념식에 200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돼있어 회원들을 최대한 끌어왔다"며 "하천살리기추진단에서 지난 달 13개 단체가 모여 각각 50~200명씩을 할당받았다"고 했다.

시는 승기천을 관할하는 남동구·연수구청에 인원 참석 협조공문을 보냈다. 남동구에는 500명, 연수구에는 700명을 할당했다.

남동구 논현고잔동 주민센터 직원은 '논현고잔동'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행사장에 서 있었다. 남동구에 속한 18개동 주민이 20~30명씩 기념식에 참석했다.

남동구와 연수구 관계자는 "시 협조공문이 내려와 각 동에서 100명씩 참석하도록 협조 요청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시 환경녹지국은 이번 행사를 위해 수일 전부터 구청, 각 사회단체, 시 산하기관 등에 연락해 참석 인원을 일일이 확인했다. 준공식 행사에는 예산 1천500만원 가량이 쓰였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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