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벚꽃 만개한 어느 봄날
딱지 한 장에
맥없이 끌려가는 시동 꺼진 차를 본적이 있는가,

상여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꽃잎처럼
육체의 무게로 부가 된 호적에
통째로 바꿔버린 견인안내문만 달랑 남아있다

불법주차중인 오늘
예고 없이 도난당하는 나의 길도
세상에 없는 속도로 견인되고 있으리

- 봄날, 견인되다 / 권성훈

시인이 봄날에 당변하는 견인된 상황들이 좀 서글퍼 보인다. 흔적 없이 지나가는 것들이 사물에 기인한 일들만 있겠는가, 자고나면 흔적 없이 빠지는 머리카락에 온종일 아프다고 했던가, 가진자만의 사치일 것이다. 질서라는 것, 한계라는 상황의 선상에서 법과 권위의 인간개념이 실종된 지 오래다. 규범 안에서 있어야 하고, 그 틀에서 시계바늘을 염불하며, 하루를 넘기는 일상의 여로에서 시인처럼 분개한 마음을 억누르고 봄날의 단상에 살아온 인생의 길과 살아갈 내일의 희망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견인된 차량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통해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지쳐있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생동감 넘치는 삶들의 조각과 파편을 위로하고, 긴 한숨을 자조적인 어조로 담담한 시적구조를 내놓고 있다.

박병두/시인